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내부 개념도. /사진=ASML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내부 개념도. /사진=ASML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내년 초 차세대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출시할 전망이다. 극자외선을 이용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원자 수십 개 정보의 크기로 회로를 그릴 수 있는 장비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한 단계 위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코네티컷에 있는 ASML 연구개발센터에서 차세대 EUV 장비에 쓰일 부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개발이 끝나고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본사로 옮겨진다. 내년 초에는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EUV 장비 첫 사용자는 미국 반도체 업체 인텔이다. 이 장비를 사용하면 반도체 소자가 수백억 개에 이르는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르고 효율이 높은 반도체가 탄생하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ASML이 차지하는 위상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판매 중인 EUV 장비는 1대가 버스 크기다. 가격은 대당 1억5000만달러(약 1766억원)에 달한다. 

이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은 약 10만개, 배선은 2㎞다. EUV 장비 한 대를 옮기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40개, 화물기 3대, 트럭 20대가 필요하다. 생산 물량이 많지 않아 고객사도 제한된다.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정도만 사용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ASML 코리아 시설에서 노광 장비를 살피고 있는 직원들. /사진=ASML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ASML 코리아 시설에서 노광 장비를 살피고 있는 직원들. /사진=ASML

ASML 장비 덕분에 반도체 집적도가 주기적으로 2배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텔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고든 무어가 1965년 논문에서 반도체 집적도가 매년 2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데서 비롯됐다. 무어는 10년 뒤 주기를 2년으로 수정했다. 

한편, ASML은 EUV 장비뿐만 아니라 심자외선(DUV) 리소그래피 장비도 판매 중이다. 습식과 건식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반도체 생산 공정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 산업이 커지면서 ASML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스템과 메모리 반도체 모두 ASML 장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ASML의 가치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ASML 주가는 지난해 초 300달러 전후에서 이달 현재 887달러(16일 종가 기준)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시가총액은 3674억달러(433조원)로 삼성전자(461조원)의 9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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