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조기 긴축신호에 중소형주·가치주·원자재 등 타격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사진=AFP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reflation trade)가 시들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보다 빠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불어닥친 역풍 탓이다.

리플레이션은 낮아진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을 다시 높이는 정책 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는 현상을 뜻한다. 통화 재팽창(정책)이라고도 한다. 이를 전제로 한 거래가 리플레이션 트레이드다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안전자산인 채권 대신 위험자산인 주식이나 상품 등에 투자가 몰린다.

특히 증시에서는 고평가된 성장주보다 저평가된 가치주가 주목받는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수혜를 본 대형 기술주 대신 금융주, 에너지주, 항공주 등 타격이 컸던 업종들이 리플레이션 트레이드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본격화했다.

문제는 연준이 조기 통화긴축 신호를 발신했다는 점이다. 연준은 지난 16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끝에 빠르면 오는 2023년 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첫 금리인상이 2024년에나 있을 것이라던 기존 예상을 앞당긴 것이다. 

연준은 그동안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위협을 일시적이라고 보고 통화부양 기조를 고수해왔지만, 이번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수위도 높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인상에 앞서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중단에 나설 것으로 본다. 바클레이스는 연준이 오는 9월 FOMC 회의를 통해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 방침을 공식 발표하고, 11월부터 실제 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은행은 당초 연준의 테이퍼링 개시 시기를 내년 1월로 봤지만, 이번 회의 결과를 반영해 예상 시점을 앞당겼다고 한다.

자료=블룸버그
자료=블룸버그

크리시나 구하 에버코어ISI 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연준의 조기 통화긴축 신호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향을 일으켰다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청산에 나서면서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가 시들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FOMC 회의 뒤에 중소형주, 가치주, 금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등이 타격을 입은 이유다.

FT는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청산 바람에 충격이 가장 컸던 자산으로 원자재를 꼽았다. 블룸버그 상품현물지수가 17일 3.6% 추락해 하루치로는 1년여 만에 최대폭 떨어졌다는 것이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1.5% 밀렸다. 금값도 전날 2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국 증시 중소형주 대표지수인 러셀2000 역시 16, 17일 이틀 내리 하락, 1.4%가량 후퇴했다. 특히 17일에는 낙폭이 1.1%나 됐다. FT는 한 달여 만에 최대 반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 가치주 간판인 러셀1000가치주지수는 16, 17일 이틀 연속 떨어져 1.9% 밀렸지만, 러셀1000성장주는 17일 반등해 이틀 새 0.9% 올랐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협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는 반대로 미국 장기국채와 우량 회사채, 달러, 대형 기술주를 비롯한 성장주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 반영/자료=인베스팅닷컴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 반영/자료=인베스팅닷컴

매튜 혼바흐 모건스탠리 글로벌 거시전략 책임자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연준이 매파(통화긴축 지지)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긴축발작'(taper tantrum) 위험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긴축발작은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에서 비롯된 금융시장의 혼란을 말한다. 연준이 2013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의장을 통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자 금융시장이 요동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신흥시장 취약국은 당시 급격한 자본유출로 주식, 채권, 통화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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