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 부동산시장 베팅
시장 호황에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 맞물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업체 블랙스톤이 최근 미국 주택임대업체 홈파트너스오브아메리카(HPA)를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HPA는 단독주택을 사들여 임대하는 회사다. 미국에서 1만7000채가 넘는 집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임차인은 궁극적으로 셋집을 사들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스톤의 경쟁사인 KKR도 주택임대사업에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커뮤니티홈스(MCH)라는 주택임대 벤처업체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블랙스톤, KKR과 함께 세계 3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칼라일그룹도 지난달 포스프링스캐피털트러스트라는 부동산투자신탁(REIT·리츠) 회사에 최대 3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라일이 투자하려는 회사는 이른바 '넷리스(net lease) 리츠'라고 한다.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순임대료만 지급하고 관리비용을 비롯한 나머지 비용은 스스로 부담하는 방식이다. 우량 임차인이 장기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는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인 사모펀드들이 부동산, 특히 주택임대사업에 잇따라 베팅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미국 인터넷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28일(현지시간) 강력한 주택 수요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배경으로 지목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미국의 기존 주택 중간가격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35만달러(약 4억원)를 넘어섰다. 가격 상승폭(전년대비 23.6%)도 NAR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컸다. 주택가격이 급등하고 있기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세계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기존주택 중간가격 추이(달러)/자료=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미국 기존주택 중간가격 추이(달러)/자료=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미국 회계법인 아이스너앰퍼의 니컬러스 차포스 파트너는 "아파트든, 창고나 저장시설, 단독주택이든, 사모펀드들이 여기에 투자하는 건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금리가 낮은 데다,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모펀드들 또한 하드애셋(hard asset)에 매수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애셋은 부동산, 원유, 금처럼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실물자산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져도 본질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처로 꼽힌다. 

BI는 저금리 환경 속에 사모펀드들이 1조달러가 넘는 현금을 깔고 앉아 있다며,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면 어디라도 투자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주택 수요가 커지면 임대주택 수요도 커지기 마련이다. 임대료를 올리면 사모펀드들의 수익도 커지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블랙스톤이 HPA를 인수하면서 기대한 내부수익률(IRR·internal rate of return)이 연간 20%쯤 된다고 전했다. IRR은 투자원금 대비 예상 수익률을 나타낸다.

블랙스톤은 2007년 미국 부동산시장이 붕괴했을 때도 주택을 헐값에 대거 매입했다가 2019년 마지막 물량을 처분했다. 부동산시장이 한창 달아올랐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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