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신호에 달러값이 랠리를 펼치고 있다. 연준의 통화완화 지속 방침에 끌려 달러 약세에 베팅했던 이들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6개 주요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53% 오른 91.89를 기록했다. 4월 중순 이후 최고치다. 전날에는 1% 가까이 뛰었다. 하루 기준으로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3월 말 93을 넘으며 연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최근까지 90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연준이 전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매파(통화긴축 지향)적인 성향을 드러낸 게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FOMC 위원들이 팬데믹 사태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2023년 말로 예상한 게 문제였다. 2023년 말에 적어도 두 차례(0.50%포인트)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었다. 금리인상 전망 시기를 당초보다 한 해 앞당긴 것이다.
연준은 그동안 통화완화를 지지하는 비둘기파 성향으로 시장을 안심시켰다. 제로(0)금리 기조와 월간 1200억달러 이상의 자산매입(양적완화)을 한동안 지속하며 경기를 부양한다는 방침이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 베팅이 인기를 모은 이유다. 이 여파로 달러값은 올해 한때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통화긴축을 예고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로이터는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가 FOMC 회의 뒤에 투자자들에게 달러 대비 유로화 강세 베팅 규모를 줄이라고 권했다고 전했다.
사이먼 하비 모넥스 선임 외환시장 애널리스트는 "외환시장이 마침내 연준의 조기 (통화정책) 정상화 방침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스티븐 젠 유리즌 포트폴리오매니저는 "향후 몇 주, 몇 개월 동안 지난 1년의 상당기간 지배적이고 인기가 높았던 달러 약세 베팅이 혹독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현재 선물시장에서 달러 약세 베팅에 몰린 돈만 180억달러에 이른다. 3개월 만에 최대라고 한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격 움직임은 국제 금융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선 달러 강세는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실적 악화 요인이 된다. 해외에서 현지 화폐로 번 돈을 달러로 환산하면 액수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미국 증시에도 악재다.
국제 상품(원자재)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가격 하락 요인이다. 원자재 가격을 대개 달러로 매기기 때문이다. 최근 한창인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누그러지면 인플레이션 압력도 낮아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아직 양적완화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달러 약세 베팅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장기적으로는 달러 약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