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밑돌되, 2%에 가까운' 물가안정목표 '2%'로 못박아
"필요하면 2% 웃도는 것도 허용"...통화부양 지속 정당화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들이 물가안정 목표치를 2%로 높이기로 합의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ECB는 그동안 '2%를 밑돌되, 2%에 가까운'(below, but close to, 2%) 물가상승률을 물가안정 목표로 삼아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를 비롯한 일부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 목표가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ECB는 물가안정 목표치를 2%로 높이는 동시에 필요할 때는 물가상승률이 이를 얼마간 웃도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통화부양 여지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ECB 관할인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달 1.9%(전년대비, 속보치)를 기록했다. 2년 반 만에 최고치였던 5월 2%에서 떨어진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연말에는 2.5%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합의는 ECB가 지난 6~7일 연 특별회의에서 도출됐다. ECB는 이번 회의에서 20년 가까이 만에 처음 통화정책 전략을 재검토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주요국에서 한창인 인플레이션 조짐을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자체도 위협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들의 조기 통화긴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데 대한 근심이 크다.   

유로존 물가상승률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유로존 물가상승률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블룸버그는 ECB가 이번 전략수정으로 통화부양 기조를 유지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ECB의 통화정책 향방을 미리 가늠하기 쉬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 그래도 ECB 내부에서는 빠르면 가을부터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지난해 이른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해 통화부양 여지를 확대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일시적으로 넘겨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에 발표한 성명에서 "위원회는 최대 고용과 장기적으로 2% 수준의 인플레이션 달성을 추구한다.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이 장기 목표를 밑돌면, 장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평균 2%가 되고,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 2%에 잘 정착하도록 한동안 2%를 완만하게 웃도는 인플레이션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이런 결과를 달성할 때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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