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사태가 상당 부분 사재기에 따른 것으로 과잉생산에서 비롯된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22일자 최신호에서 반도체가 화장지나 휘발유와 다를 바 없는 이유를 짚었다. 화장지와 휘발유는 사람들이 생필품 품귀사태를 우려하며 주로 사재기하는 대상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한창일 때도 화장지 같은 생필품이 품귀 사태를 빚었다.
비즈니스위크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사재기가 이 품귀 사태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다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가들 가운데는 이번 사태가 공급 부족을 우려한 과잉 주문에 따른 악순환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크리스 롤랜드 서스케하나인베스트먼트그룹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업계가 실제 수요보다 많은 물량을 선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를 주문하고 물량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리드타임)이 지난 1월 13주에서 2월에는 14주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등 자신이 주목하는 반도체업체의 80% 가까이가 이 기간에 하나 같이 리드타임을 늘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급난을 우려하게 된 관련 업체들이 일제히 주문량을 실제 수요 이상으로 높이면서 반도체 품귀 사태가 심해졌다는 게 롤랜드의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반도체업체들이 '유령수요'를 실수요라고 오판하면 과잉 생산이 뒤따르게 되고, 이는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의 임원들이 실적 발표 자리에서 고객사들이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평소보다 많은 반도체 재고를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통신은 같은 기사에서 PC업체들이 지난해 초부터 반도체 공급이 빠듯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나섰고, 같은 해 중반께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도체 등 부품을 쌓아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다른 중국 업체들도 화웨이의 뒤를 따르면서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이 3800억달러로 한해 전체 수입액의 5분의 1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런 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봤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반도체 사재기가 더 횡행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반도체 주문량을 늘렸다고 한다.
미국 스타트업 드롭의 윌 브라이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블룸버그에 "반도체 사재기 군비 경쟁이 한창"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