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점주들, 인테리어·메뉴 강요 부담
대형 점주들, 필수품목·차액가맹금 '불만'
소상공인들의 대표적 자영업종인 프랜차이즈 업계의 본사와 가맹점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원재료값 및 배달수수료 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과도하게 떠넘긴다는 일부 가맹점들의 불만 등이 소송 등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대표적. 여기에 본사의 일방적인 매장 인테리어 추진, 할인 이벤트 진행 등에 대한 논란도 프랜차이즈 업계 일각에서 지속되는 상태다. 이같은 논란은 본사와 가맹점간 사전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상생'을 외치며 동반 성장을 내세웠던 프랜차이즈 업계의 약속도 빛바랜 모습이다.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의 상생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사례와 원인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주]
가맹점 인테리어 비용 문제로 가맹점주의 칼부림 사태까지 빚어지는 등 피자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첨예한 갈등이 터져나오고 있다. 소규모 프랜차이즈든 대형 프랜차이즈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맹점주의 과도한 수수료 부담과 메뉴 강요 등 본사의 갑질을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18일 피자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서울 관악구 피자 가게에서 흉기 난동으로 3명을 숨지게 한 김동원(41)의 신상을 공개했다.
김씨는 지난 3일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본사 직원 A(49)씨, 인테리어 업자이자 부녀 사이인 B(60)씨와 C(32)씨 등 총 3명을 주방에 있던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은 크게 다친 피해자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모두 숨졌다.
김씨는 타일 등 매장 내부에 문제가 생겨 B씨 부녀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업체에 무상 수리를 요구했다가, 이들이 애프터서비스(AS) 보증 기간인 1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거절하면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씨는 매장 보수 공사를 두고 본사와도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B씨 부녀의 인테리어 업체도 본사를 통해 소개받았는데, 공사 후 누수가 생기고 타일이 깨져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본사가 적자가 나는 1인 세트 메뉴를 만들라고 강요해 김씨가 고통을 받았다고도 김씨 가족들은 주장한다.
김씨 가족들은 사건 발생 뒤 본사의 갑질 행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프랜차이즈의 다른 점주들은 본사로부터 부당한 요구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칼부림 사태가 난 '피자XX' 등 소규모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인테리어 문제가 갈등을 촉발했지만 소규모이든 대형 프랜차이즈든 가맹본부-가맹점주 관계를 둘러싼 잠재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는 지난 2023년 미스터피자의 '치즈 통행세' 사태 이후로 조성되던 상생 협력 분위기가 이번 사건으로 나빠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공정위 과징금 부과·회장 구속으로 끝난 '치즈 통행세'
미스터피자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치즈 통행세’ 부당지원행위로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받은 이후로 가맹점주들이 대거 이탈한 상태다.
'치즈 통행세'란 미스터피자 창업주 동생의 회사를 치즈 유통 단계에 끼워 넣어, 미스터피자 점주들에게 납품하는 치즈에 과도한 마진을 매겨 비싼 값에 공급한 행태를 가리킨다.
당시 이를 비판하며 미스터피자와의 가맹계약을 해지하고 피자연합을 설립한 가맹점주들을 미스터피자가 의도적으로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인근에 보복출점하고 파격 할인행사를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다.
미스터피자는 당시 피자연합 설립자를 명예훼손, 업무 방해 등으로 고소해 압박했으나 검찰은 점주들에게 무혐의 판단을 했고 2017년 검찰의 고발 요청에 따라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해 끝내 정우현 전 미스터피자 회장의 구속에 이르렀다.
이에 2018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본사와의 상생 협약을 맺고, 그간 본사를 통해서만 구매해야 했던 필수구입 품목 중 25개 품목을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법원의 판결은 가맹점주들의 상생 요구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미스터피자에 이어 지난해 9월에도 한국피자헛이 가맹점주 94명과의 소송에서 패했다.
당시 한국피자헛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이 2016~2022년 가맹점주에게서 받은 차액가맹금 210억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차액가맹금이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원재료를 공급하면서 붙이는 일종의 유통 마진을 말한다.
한국피자헛이 가맹점 총수입의 6%를 로열티로 받으면서도 추가로 계약서 상 명시 없이 원·부자재 공급을 통해 일정 차익을 챙긴 것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불투명하고 부당한 이익 배분구조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피자헛 사건 이후 교촌치킨이나 bhc치킨, 배스킨라빈스 등 다른 업종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 가맹점주들도 유사한 소송을 준비하거나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잇따른 소송 사태를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가 수익 모델과 가맹점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본다.
프랜차이즈 사업 초기부터 대부분의 업체에 확산된 관행이었던 차액가맹금 문제가 터져나왔으므로 제도적 개선·보완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의 원활한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가맹본부가 지금처럼 소통의 창구 자체를 거부하면서 가맹점주들의 입장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 한 갈등이 해결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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