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에 '몰링문화' 확산…방문객 늘자 백화점 매출도 증가
'폭염 여름'의 이어지면서 냉방이 잘 되는 대형 실내공간인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장시간 여가를 보내는 '몰링'(Malling)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3회에 걸쳐 국내외 인기를 끌고 있는 '몰링 문화'와 여름 바캉스를 쇼핑몰에서 즐기는 '몰캉스' 열풍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30대 직장인 A씨(여, 서울)는 남들보다 이른 7월 초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최근 수년새 한국 여름도 동남아를 방불케 할 만큼 무더워지면서 폭염을 피해 여름 휴가 날짜를 일찍 잡았다.
A씨는 2박3일 인피니티풀이 있는 도심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고 나머지 날들은 인근 백화점으로 향했다. A씨는 "어차피 집에서도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것은 매한가지라서 시원한 백화점에 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끼니도 챙겼다"며 "집에서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고 있지 않아도 되니 냉방비도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A씨처럼 휴일에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장시간 시간을 보내며 여가 생활을 하는 '몰캉스' 족이 늘어나고 있다.
'몰캉스'는 '몰'(Mall)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로 폭염 등으로 야외활동이 힘든 여름철에 에어컨이 잘 나오는 복합 쇼핑몰에서 쇼핑·식사·휴식을 한꺼번에 즐기는 실내 휴가 형태를 말한다.
동남아 등지에서 보편적인 '몰링 문화'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몰캉스'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몰링문화'는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중요한 도시 문화로, 복합 쇼핑몰에서 하루 종일 놀고, 먹고, 쉬고, 즐기는 생활 방식을 말한다. 동남아는 연중 무더운 열대 기후에다가 우기까지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곳으로 복합쇼핑몰을 선택한다. 동남아 복합쇼핑몰들은 방문객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쇼핑 기능에 더해 식당, 영화관, 놀이공간, 병원, 헬스클럽, 기도실까지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몰캉스족'이 늘면서 백화점 매출도 늘었다.
지난 주말(26~27일) 이틀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16%가량 늘었다.
방문객 수도 이 기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10%씩 증가했고 신세계백화점은 12.5% 늘었다.
롯데백화점에선 에어컨과 선풍기 등 생활가전 판매가 급증해 라이프스타일 부문 매출이 60.0%나 뛰었고 양산과 선글라스 등 여름철 필수 액세서리 상품군 매출도 15.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주말 패션, 스포츠, 식품, 명품 등 모든 부문의 매출이 고르게 증가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실내 정원을 하와이 휴양지처럼 꾸며 하루 평균 5000명이 인증샷을 찍으러 몰려들었다.
대형 쇼핑몰도 마찬가지였다.
용산 아이파크몰의 지난 주말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7.0% 증가했는데, 이중 리빙 부문 매출은 219.0%, 식음료 부문 매출은 72.0% 각각 늘었다.
스타필드 하남의 방문객은 이 기간 10.0% 증가했다. 특히 지난 주말 날씨가 7월 들어 가장 더우면서 최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백화점과 몰들은 여가 콘텐츠들을 늘리며 몰캉스족 몰이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센텀시티점은 지난 10일까지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오징어게임' 시즌3 팝업매장을 운영했다. 백화점 쇼핑객들은 팝업매장에서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드라마 속 제기와 공기놀이 상품, 영희와 철수 인형 키링 등을 둘러보며 여가 시간을 보냈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의 팝업스토어가 종료된 이후에는 이달 말까지 대구신세계와 타임스퀘어점에서 연이어 팝업스토어가 열린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은 같은 기간 인기 웹툰 '외모지상주의' 팝업스토어를 연다.
'외모지상주의'는 네이버 웹툰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지난 2014년부터 10년 넘게 연재되고 있으며 최초로 누적 조회 수 100억회를 넘겼다.
팝업스토어의 주제는 '부산'이다. 부산을 여행하는 '외모지상주의' 캐릭터들의 모습으로 팝업이 꾸며졌다.
애니메이션존에서는 웹툰 영상을 관람할 수 있고, 체험존에서는 게임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과 팬들의 응원 문구를 적을 수 있는 공간도 조성돼 있다.
팝업에서는 트레이닝복, 반지, 인형 키링(열쇠고리) 등 상품도 만나볼 수 있다.
팝업에 입장하려면 카카오톡으로 예약하거나 현장에서 예약해야 한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월 26일까지 판교점에서 프랑스 팝업북 작가들과 함께하는 전시 '봉주르팝업 2025'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특별 전시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팝업북 작가 아누크 부아로베르와 루이 리고가 참여한다.
전시에서는 두 작가의 주요 작품 180여점이 소개된다. 관람객은 팝업북을 직접 넘겨보는 '아트 팝업' 공간과 디지털 요소를 체험할 수 있는 '아트 게임' 공간을 통해 팝업북의 구조와 상상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협업 원화 작품에는 '곡예사 가족' '울프–저 높은 곳의 늑대에게' '베르소' 등이 포함됐다. 또한 대표작인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 '바다이야기'의 원화, 팝업 모형, 아이디어 스케치 등도 전시된다.
전시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은 직접 팝업북을 제작해보는 체험에 참여할 수 있으며, 사전 신청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부산 소재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은 다음달 1일부터 10일까지 일본의 인기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의 캐릭터 굿즈를 선보이는 팝업매장을 연다.
이번 팝업에서는 '주간 소년 점프'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나 만화 속 장면을 바탕으로 만든 정품 캐릭터 굿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원피스' '사카모토 데이즈' '푸른 상자' '헌터 X 헌터'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주술회전' 등 일본에서 사랑받는 만화 속 캐릭터 상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수원 타임빌라스에서는 다음달 3일까지 제출 과일 복숭아를 테마로 한 체험형 팝업매장 '복숭아 주의보'를 운영한다.
'흑백요리사' 채낙영 셰프의 웰니스 스무디 브랜드 '티키티키' 제품과 임하선 셰프의 디저트 브랜드 '파티세리 후르츠'의 팝업 단독 메뉴를 만나볼 수 있다.
복숭아 폼볼로 과녁을 맞히는 실내 사격 콘텐츠 '피치샷'은 물론, 과일 콘셉트 의류 브랜드 '김씨네 과일'과 협업한 DIY 티셔츠 만들기 체험 등 여러 이벤트가 마련된다.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몰드몰에서는 다음달 3일까지 'FC 서울 VS FC 바르셀로나' 팝업매장을 운영한다. 15년 만의 FC 바르셀로나 내한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팝업에서는 양팀의 유니폼과 굿즈, 선수단 아카이브 전시, 포토존 등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FC서울 X 짱구는 못말려' 한정 굿즈도 함께 판매된다.
또한 다음달 10일까지 롯데백화점 전 지점에서 여름 미식 축제 '고메위크'를 진행한다. 행사 기간 매장 내 QR 포스터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선착순으로 F&B 10% 할인권을 받을 수 있다.
HDC아이파크몰 용산점 도파민 스테이션에서는 다음달 8일까지 곤충과 괴근식물(다육식물)을 테마로 한 이색 팝업을 선보인다. '도파민 곤충 연구소'에서는 여주곤충박물관 김건우 관장이 '전갈의 비밀' 등 흥미로운 콘텐츠를 소개하며, 괴근식물 전문 브랜드 '웨트룸'은 '구갑룡' '파키포디움 에부르네움' 등을 전시·판매한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MZ세대와 가족 단위 고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획의 팝업을 선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