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했다. 그의 '뚝심'이.
'최대 실적'이란 성적표를 받아들기까지 12년이 걸렸다. 결국 그의 선택은 빛을 발하며 성과로 귀결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SK하이닉스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17조5731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3.8%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조300억원과 5조753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SK하이닉스의 역대 최고치 기록이다.
매출의 경우 지난 2분기 16조4233억 원으로 기록한 최대치를 1분기만에 갈아치웠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역시 반도체 슈퍼호황기로 불리는 2018년 3분기 실적(영업이익 6조4724억 원, 순이익 4조6922억 원)을 6년만에 경신했다.
이같은 성과는 SK하이닉스가 거센 인공지능(AI) 광풍에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빠르게 대응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 회장의 동분서주 기민한 움직임과 뚝심있는 투자도 '역대급 반도체 성과'에 결정타가 됐다는 재계와 업계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우선 주목되는 건 최 회장의 '광폭 행보'다.
최 회장은 올해들어서만 미국 엔비디아 본사에서의 젠슨 황 CEO, 대만에서는 TSMC 웨이저자 회장 등을 직접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인텔 등 주요 빅테크 기업 CEO와 연쇄 회동하며 SK의 '반도체' 강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분주한 노력을 이어갔다.
이런 노력 등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HBM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HBM2E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확대했으며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에 최적화된 HBM3로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HBM은 여러차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이미 SK하이닉스의 '간판' 아이템이 된 모습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13년 실리콘관통전근(TSV) 기반 HBM을 시작으로 2019년 HBM2E(3세대), 2021년 HBM3(4세대) 등으로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수식어를 이어왔다.
이를 통해 2022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를 달성한 SK하이닉스는 최근에도 HBM3E(5세대)을 빠르게 개발하는 등 관련 시장과 기술에서 지배력을 확고히 한 상태다.
최 회장 역시 꾸준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 직후 부터 최 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HBM을 포함한 반도체 전 분야에 대대적인 투자가 단행됐고 매년 조 단위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간 것은 SK그룹 내외에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지난 6월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도 최 회장은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AI 성장 전략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SK그룹은 2026년까지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 투자를 위한 8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2028년까지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총 103조 원을 투자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반도체는 SK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다.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이미 1970년대부터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당시 설립됐던 '선경 반도체'는 조기에 역사의 뒷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최 회장의 과감한 결단으로 SK는 2012년 하이닉스를 인수하고 선대 회장의 '미완의 꿈'은 마침내 현실에서 빛을 발하게 된 셈이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향후 최 회장과 SK하이닉스의 행보다.
최 회장의 '뚝심'있는 결단과 투자가 급변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또 다시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재계는 물론 국내외 관련 시장과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충현 경제산업에디터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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