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빠르다.' '전격적이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4개월여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경영 행보에 대해 경제산업계 일각에서 나오는 평가다.

실제 정 회장의 취임 초 경영 기조를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속도'를 꼽을 수 있다. 그룹 전반의 '쇄신'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전광석화'와 같은 빠른 결정과 추진력이 돋보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회장은 취임 초 아픈 부문 부터 도려내는데 망설이지 않았다. 일부 실적 부진의 요소들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부터 신임 회장의 행보는 시작됐다.

지난 4월초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실적 부진이 지적됐던 신세계건설 대표를 전격 교체한 것이 대표적이다. 재무통의 허병훈 신임 대표가 수장이 된 신세계건설은 회사채발행, 주요사업부문 인수합병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건전성 강화를 추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타필드 청라 건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이커머스 사업 부문의 간판 격이라 할 수 있었던 G마켓과 SSG닷컴 대표도 적자 누적을 이유로 같은 시기 교체됐다.

신임 대표로 전형권 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이 영입된 것은 G마켓의 쇄신과 체질 개선을 위한 정 회장의 복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SSG닷컴의 신임 수장도 영업통인 전훈학 전 전무가 맡아 그로서리(식료품 등)와 물류경쟁력 강화를 이끌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룹의 핵심 역량에는 더욱 과감히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경영진단을 통해 그룹은 본업에 집중하고 취약부문은 전문 기업과 협업하는 '집중'과 '선택' 전략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그룹은 본원적 경쟁력이 있는 '유통'에 집중하고 '물류'는 전문성 있는 CJ대한통운에 맡겨 비용 대비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결정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와 관련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지난달 5일 전방위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곧바로 이달 부터 월 250만여건에 이르는 G마켓 스마일배송 물량을 CJ대한통운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

SSG닷컴 역시 물류관련 CJ대한통운에 위탁할 예정으로 현재 세부적인 운영 방안 등을 조율 중인 상태다.

이러한 결정 역시 경영진단의 결과물이 도출된 후 정 회장의 결정은 곧바로 추진됐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았던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규모가 모두 20조원을 넘은 그룹은 신세계가 국내에서 유일하다"며 "그룹 내 모든 자원에 대한 유기적 협력을 통해 세상에 없던 유통 서비스를 고객에게 선보이자"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본원 경쟁력 확대를 위해 계열사간 협업 시너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약점은 과감히 도려내고 강점은 주저없이 지원하겠다는 정 회장의 빠른 결단은 더욱 주목되고 있다.

최근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 내는 빠른 결정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고물가 시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가 프리이엄 자체 브랜드(PB) 피코크 주요 제품 300여개 대해 최대 40% 가격 인하 결정도 그룹 이미지 제고 및 관련 시장의 주요 소비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무형의 효과까지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이같은 가격 인하는 정 회장의 과감한 속도 경영이 계열사로 전이돼 협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주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정 회장의 향후 행보다. 그룹의 장기 발전에 어떤 포석을 놓을지 경제산업계의 눈길이 그의 행보에 모이고 있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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