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기준금리 0.75%p 인상...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
파월, 금리인상 감속 가능성 시사..."이미 타격" 침체 우려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6월에 이어 또다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75bp) 인상했다. 미국이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수렁에 빠졌을 때 연준 의장으로 등판한 폴 볼커의 1980년대 초 행보만큼이나 가파른 금리인상이다.

그럼에도 이날 금융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뉴욕증시 주요지수가 일제히 급등한 가운데 미국 장기국채 금리와 달러 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연준의 이날 결정이 예상대로였을 뿐 아니라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에 힘이 실린 덕분이다.


◇1980년대 폴 볼커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끝에 기준금리를 2.25~2.50%로 0.7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회의에는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과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새 투표권자로 합류했는데, 결정은 만장일치로 나왔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회귀했던 제로금리 기조에서 벗어났다. 이어 5월에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6월에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단번에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이다. 이번에 금리인상폭 확대 행보에 제동을 건 셈이지만, 불과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1.50%포인트 높인 건 1980년대 초 볼커 시절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인상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파랑, 전년동기대비 %, 왼쪽)-기준금리(%)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파랑, 전년동기대비 %, 왼쪽)-기준금리(%)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그도 그럴 게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당시만큼이나 높고, 연준의 인플레이션 극복 의지 또한 강하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1%로 1981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임금으로 식품 가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은 이날 낸 성명에서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예의주시하며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지만, 목표 달성에 제동을 거는 리스크가 나타나면 정책(금리인상)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적완화로 쌓은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 지속 방침도 재확인했다.

아울러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강력한 노동시장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급격한 금리인상이 경기침체 우려를 자극해왔다는 점에서 금리인상 공세를 정당화할 수 있는 발언이다.  


◇금리인상 속도 느려지나...9월엔 0.50%p 인상 전망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오히려 느려질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다음 회의에서는 이례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는데, 결정은 그때까지 나올 경제지표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기조가 더 빠듯해지고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을 0.50%포인트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CME그룹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날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가장 높은 65%로 반영했다.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35%로, 이번 회의를 앞두고 한때 부상했던 1.00%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아예 사라졌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얼마나 오를까...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가능성(왼쪽부터 0.50%포인트, 0.75%포인트) / 자료=CME그룹 페드워치(FedWatch)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얼마나 오를까...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가능성(왼쪽부터 0.50%포인트, 0.75%포인트) / 자료=CME그룹 페드워치(FedWatch)

일련의 금리인상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이른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했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궁극의 금리 수준을 말한다. 자연금리, 균형금리라고도 한다.  

FOMC 위원들은 지난 6월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에서 중립금리를 2.50%로 예상하며 기준금리가 올해 3.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남은 FOMC는 9월, 11월, 12월 세 차례다. 기존 관측이 유효하다면 남은 금리 인상폭은 0.90%포인트에 불과하다.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2분기에는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美2분기 성장률 촉각..."금리인상 이미 큰 타격" 

문제는 역대급 인플레이션과 맞물린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가 미국 경제에 이미 큰 타격을 줬다는 점이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냉각된 가운데 특히 주택시장이 받은 충격이 크다. 이 여파로 미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역성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분기 성장률마저 마이너스(-)가 되면 '기술적 경기침체'가 된다.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은 28일 발표된다. 

미국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미국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블룸버그는 연준이 침체를 피해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플레이션을 크게 낮추려면 실업률이 치솟는 침체를 겪어야 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파월이 볼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인플레이션 소방수로 나선 볼커는 연준 의장(1979~87년)  취임 당시 11%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20%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인플레이션 압력은 크게 낮아졌지만, 미국 경제는 끝내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졌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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