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우려에 브렌트유 140달러 육박 최고치 근접
러시아 공백 메우긴 역부족..."인플레이션이 유가 상승세 과장" 지적도
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자국산 원유 수출이 막히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브렌트유 사상 최고치 근접...'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
7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4.3% 오른 배럴당 123.21달러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19.40달러로 3.2% 뛰었다.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배럴당 139.13달러, WTI는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모두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올 들어 약 60% 뛰었다. 브렌트유 기준 역대 최고가는 2008년 7월의 배럴당 147.50달러.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은 휘발유나 합성수지 등 광범위한 제품의 가격을 띄어 올리고 공급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경제 성장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불황 속에 물가마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4.1%에서 0.9% 안팎으로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 러시아산 원유 금수 저울질...4% 부족 우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검토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국제유가 상승세를 부채질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는 글로벌 원유 수급에 치명적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유·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수출량이 하루 약 700만배럴에 이른다. 전 세계 공급량의 7%에 달한다. 러시아에 대한 금수 조치는 러시아 항구를 수출항으로 삼는 카자흐스탄의 원유 공급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산 원유의 서방국가 수출이 모두 중단되면 하루 400만배럴(전체의 4%)의 부족분이 발생한다.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절대적인 유럽에 타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유럽은 물론 미국도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직 러시아산 원유 금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러시아를 대체할 에너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오늘내일 될 일이 아니라며 성급한 금수 조치에 거리를 뒀다.
◇러 '배럴당 300달러' 엄포..."인플레이션이 유가 과장" 지적도
서방의 원유 금수 압박에 러시아는 엄포로 대응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이날 미국과 유럽이 자국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0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비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대부분 끊기면 하루 약 500만배럴 이상의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체이스는 글로벌 석유기업들이 이미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꺼리면서 러시아산 원유의 66%가 바이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국제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오반니 스토노보 UBS 상품(원자재) 애널리스트는 브렌트유 가격 단기 전망치로 배럴당 125달러를 제시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해 공급 불안이 심해지면 15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제유가 급등세를 과장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는 미국에서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47.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08년 7월 물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날 배럴당 130달러선에 이른 WTI의 실제 가격은 100달러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란·베네수엘라·비축유방출...러 '공백' 메우긴 역부족
러시아산 원유의 공백을 메울 방안에도 관심이 쏠리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석유수출국기구)+'는 추가 증산을 꺼리고 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하루 총 300만배럴 이상의 증산 여력이 있지만, 두 나라 모두 추가 증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이란도 하루 150만배럴 안팎의 수출 여력이 있지만, 핵개발을 둘러싼 서방의 금수 제재 아래 있다. 미국의 올해 산유량도 하루 80만배럴가량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로이터는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가진 고위급 회담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대한 원유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손을 잡으려하는 데 대한 여론도 비판적이다.
IEA 회원국들은 지난 1일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비상비축유 방출에 합의했지만 이 역시 러시아산 원유의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방출 규모가 6000만배럴, 한 달간 하루 200만배럴에 불과해서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민간과 정부 차원에서 비축해둔 원유가 40억배럴 이상인 만큼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끊겨도 당장 고갈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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