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휴전해도 러시아산 원유 유럽 공급 어려워...美셰일업계 증산여력도 부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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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시장의 유력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국제유가가 올해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번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대신할 공급원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자 최대 석유제품 수출국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원유업계에서 손꼽히는 헤지펀드 매니저 가운데 하나인 피에르 앙뒤랑 앙뒤랑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 대한 러시아산 원유의 공급이 자취를 감췄다며, 글로벌 에너지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FT 상품 글로벌 서밋' 행사에 참석한 그는 "몇 개월 안에 정상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며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영원히 끊겨 국제유가가 연내에 배럴당 25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전날 배럴당 122달러 선까지 올랐다.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이 제기돼 오름세가 컸다. 브렌트유 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한때 배럴당 139달러까지 뛰기도 했다. 지난 1년 새 90% 상승한 셈이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배럴당 달러)/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브렌트유 가격 추이(배럴당 달러)/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같은 행사에 모인 다른 베테랑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합의해도 러시아산 원유와 디젤 같은 정유제품이 한동안 유럽에 공급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하루 최대 300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더그 킹 RCMA캐피털 머천트상품펀드 대표는 국제유가가 연내에 배럴당 200~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유가 급등세가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고 원유 공급쇼크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의 미국 트레이딩업체인 쏘카의 대니얼 하우스 선임 원유 트레이더는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산에 나서려면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8개월은 걸린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 셰일업계는 한동안 막대한 부채를 동원해 원유 생산에 박차를 가했지만, 최근에는 씀씀이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머천트상품펀드의 킹 대표는 원유 선물가격이 상당폭 올라야 미국 셰일업계가 이익을 늘리기 위해 증산에 나설 것으로 봤다. 오는 2024년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아직 배럴당 80달러를 밑돌고 있다. 

벤 루콕 트라피규라 원유 트레이딩 부문 공동 책임자는 브렌트유 가격이 올여름 배럴당 150달러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연료 관련 세금을 낮출 여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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