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7% 도달 안 해...인플레이션 정점 근접 분석도
통화긴축 가속 가능성 이미 반영...금리인상폭 제한 전망도
미국의 11월 물가상승률(전년대비 기준)이 39년 만에 가장 가팔라지면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가속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주목할 건 11월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았는데도 시장이 안도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1982년 이후 최고 물가상승률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10일(현지시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대비 6.8% 뛰었다고 발표했다. 전월치(6.2%)와 예상치(6.7%)를 모두 웃돈 것으로, 1982년 6월 이후 39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전월대비로는 10월 0.9%에서 11월 0.8%로 오름세가 둔화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물가 추세를 더 잘 나타내는 근원 CPI는 전월대비 0.5%, 전년동기대비로는 4.9% 상승했다. 1991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근원 물가상승률은 그나마 시장이 기대한 수준에 부합했다.
미국 노동부는 재화, 서비스 가격이 광범위하게 올랐다며, 특히 식품과 에너지 가격의 1년 상승세가 최소 13년 만에 가장 가팔랐다고 지적했다. 식품, 에너지 가격은 각각 6.1%, 33.3% 뛰었다.
아울러 미국 CPI 구성 항목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1년 새 3.8% 올랐다. 2007년 이후 가장 큰 폭 상승한 것이다.
◇뉴욕증시 상승, 장기국채금리 하락
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마감을 한 시간가량 앞둔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오름세로 초기 낙폭을 만회했다. 반면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 마켓워치는 일각에서 11월 물가상승률이 7%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음을 상기시켰다. 11월 물가상승률이 시장에서 '위험수위'로 여기는 7%에 도달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위협이 마침내 정점에 거의 도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팀 홀랜드 오리온어드바이저솔루션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가 일각에서는 11월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근원 CPI 상승률은 기대에 부합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근접은 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 들어 급등한 국제유가가 최근 급락한 것을 인플레이션 정점이 머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신호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올 들어 52% 넘게 올랐는데, 최근 지난달 고점에서 14%가량 떨어졌다.
◇단기국채금리는 상승...연준 금리인상 얼마나?
다만 이날 1개월물과 2개월물 등 연준의 금리 향방에 민감한 단기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시장이 연준의 통화긴축 가속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자산매입(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규모를 내년 1월부터 당초 발표한 월간 1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로 늘려, 빠르면 내년 봄에는 양적완화를 끝내고 금리인상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제나디 골드버그 TD증권 선임 미국 금리 전략가는 이날 시장이 안도한 건 전년대비보다 전월대비, 헤드라인보다 근원 CPI 상승률에 더 주목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11월 물가상승세는 전월에 비해 둔화했고, 근원 물가상승률은 기대치에 부합했다.
아울러 그는 연준의 통화긴축 가속 시나리오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에 거의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비앙코 DWS그룹 미주 담당 CIO는 과거 연준의 금리인상 주기를 되집어 보면서 이번 금리인상 주기의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봤다.
비앙코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기준금리 인상폭이 평균 4.00%포인트에 달했는데, 1970~80년대 '대인플레이션'을 겪은 뒤인 1982년 이후에는 인상폭이 평균 2.50~3.00%포인트로 줄었다. 연준은 마지막 금리인상기에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비앙코는 연준이 내년 6월부터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상하고, 이듬해 같은 폭으로 네 차례 더 금리를 올리겠지만, 더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현재 0~0.25%인 기준금리를 2023년까지 0.25%포인트씩 6차례 인상하면, 인상폭은 1.5%포인트에 그치게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