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연준 의장 지명 임박..."누가 돼도 시장 큰 반응 없을 것"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왼쪽)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왼쪽)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월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 나흘 안에 결심을 굳힐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집권당인 민주당 진보진영에서는 그가 금융규제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파월 의장은 바이든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낙점한 공화당 측 인사이기도 하다. 

반면 브레이너드는 민주당원으로 금융규제에 적극적이다. 그는 연준에서 금융규제 완화 논의가 있었을 때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고,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도 긍정적이다. 특히 금융시장에서 주목하는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경기부양을 지지하는 비둘기파(온건파)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두 번째 임기를 맞아야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브레너드의 부상을 경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브레이너드의 비둘기파 성향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브레이너드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을 때 시장 반응에 촉각이 쏠리는 이유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18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에드 밀스 레이먼드제임스 투자전략가는 "월가에서는 브레이너드 이사가 파월 의장보다 더 비둘기파 성향이 강하다고 본다"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연준의 정책 기조가 큰 변화를 겪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누가 되든 시장이 크게 반응할 일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파월 의장의 최대 자산은 시장의 신뢰와 확신"이라며 그는 "정치적 압력이 강한 시기에도 경제지표 분석에 따른 통화정책 판단을 고수했다"고 평가했다.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글로벌어드바이저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같은 맥락에서 "(내년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파월 의장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통화정책 결정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브레이너드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아직 알 수 없지만, 파월 의장에 비해서는 정치적 사안에 민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레이너드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캠프에 후원금을 낸 바 있다.

부크바는 또 "파월 의장이 연임된다면 당연히 시장이 반응할 일이 없겠지만, 브레이너드가 지명되면 짧게나마 증시가 상승하고 (장기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률곡선 평탄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아이작 볼탠스키 BTIG 정책리서치 책임자는 "파월 의장 연임은 당연히 의회의 승인받을 것이기 때문에 선호되는 선택지"라며 파월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 의장 외에도 다른 위원들을 임명해야 한다"며 "파월 의장을 연임시키는 것으로 의회(공화당)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이앤 스원크 그랜트손튼 이코노미스트는 "브레이너드 이사는 기후변화 문제, 암호화폐 시장 등에 파월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며 "파월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과 보조를 맞추는 것을 선호하지만, 브레이너드는 특정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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