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주원료가 되는 희소금속 리튬의 몸값이 비싸졌다. 리튬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최근 중국산 탄산리튬 가격은 두 달 전보다 두 배 뛰었으며, 수산화리튬은 같은 기간 70% 올랐다. 둘 다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쓰인다.
최근 리튬만큼 귀해진 광물이 있다. 탄소섬유, 활성탄소, 그래핀, 카본블랙 등의 재료가 되는 흑연(그라파이트)이다. 흑연은 배터리의 음극 활물질(충전 시 리튬 이온을 받아 방전 시에 전자를 방출하는 재료)로 사용된다. 아직 대체 물질이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한대에는 평균 70㎏의 흑연이 사용된다. 전기차 100만대가 팔리면 7만5000t의 흑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생산되는 세계 편상흑연 수요의 10% 정도다. 흑연을 생산하지 않는 미국에서는 리튬보다 흑연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흑연은 미국지질조사국(USGS)가 꼽은 23개 중요 금속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흑연을 100% 수입에 의존한다. USGS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4만2000t의 흑연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71%는 고순도 편상흑연이었다. 무정형 흑연은 28%, 나머지 1%는 덩어리와 조각 형태의 흑연이었다.
세계 흑연 생산량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은 가장 중요한 흑연 공급처였다. 미국이 수입한 흑연은 중국산이 33%로 가장 많았고, 멕시코(23%), 캐나다(17%), 인도(9%) 순이었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에 사용되는 구형흑연(흑연광석을 고품질 음극재 제조에 적합한 형태로 가공한 것) 시장의 100%를 중국이 통제했다. 중국산 흑연이 없다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모두 멈출 수 있다는 얘기다.
원자재 시장조사회사 로스킬은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흑연 수요가 매년 5~6%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0년에는 지난해 생산된 흑연의 25배에 가까운 수요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테슬라 배터리공장(기가팩토리)에서만 연간 약 3만5000t의 구형흑연이 소비되고 있다.
문제는 수요 충족을 위해 매년 5~6% 많은 흑연을 생산할 수 있느냐다. 2018년과 2019년 세계 흑연 광산 생산량은 오히려 2만t(1.8%) 줄었다. 2019년과 2020년 세계 생산량은 110만t으로 변화가 없었다.
미국은 흑연 수요를 맞추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 광산을 개발할 계획이다. 알래스카주에 있는 18㎞ 규모의 흑연 광상인 '그라파이트 크릭'이다.
그라파이트 크릭을 개발하는 그라파이트원은 올해 초 미국 연방허가개선운영위원회(FPISC)로부터 HPIP(최우선 인프라 사업) 지위를 부여받았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허가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라파이트원은 이곳에서 생산된 흑연을 배터리용 구형흑연으로 만드는 수직 계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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