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회사 '퍼펙트 다이어리'(완메이르지·完美日記)는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브랜드다. 중국 20~30대 젊은 소비자의 전폭적인 지지로 K뷰티를 밀어내고 C뷰티의 등장을 알렸다.
퍼펙트 다이어리 운영사 이셴(逸仙·YATSEN)홀딩스는 지난해 11월 중국 화장품 회사 최초로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창업 4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상장 후 한때 시가총액이 18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주가도 고공 행진을 했다.
화려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이셴 주가는 지난 2월 5일 24.55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했다. 이달 1일에는 고점 대비 78%가량 내린 5.27달러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33억3000만달러(약 3조864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던 대표적인 C뷰티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지난 2016년 중국 중산대 동창인 황진펑, 천위원, 뤼젠화가 설립한 이셴은 2017년 색조 화장품 브랜드 퍼펙트 다이어리를 출시한다. 이후 철저한 D2C 전략으로 중국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소비자를 공략한다.
D2C는 제조사가 중간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질 좋고 부담되지 않는 가격의 자국 화장품 브랜드에 20~30대 중국 여성 소비자가 열광했다.
특히,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이 제대로 먹히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지나친 마케팅 지출
회사 급성장의 바탕이 됐던 마케팅 전략은 이후 오히려 회사 성장의 걸림돌이 됐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실적이 악화한 것.
이셴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이 15억3000만위안(약 27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5% 늘었지만 순손실(3억9100만위안·702억원) 규모도 확대됐다.
올 1분기 순손실(3억1700만위안)을 더하면 올 상반기에만 1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이다. 이셴은 올 2분기에만 마케팅 비용으로 9억7300만위안(약 1750억원)을 사용했다. 매출의 64%다. 인건비와 오프라인 매장 확대가 마케팅 비용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중국 매체 36kr은 "연구개발 등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단기 손실은 건전한 발전 모델이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에도 좋은 제품을 내놓지 못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은 것이 적자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화장품에 도움 요청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셴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3월 한국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회사 코스맥스와 합작으로 중국 광저우 총화구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은 코스맥스가 51%로 과반을 확보했다. 이셴은 또 지난달 후베이화중과학기술대학과 공동으로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이셴은 장기 성장을 위해 특허와 실용신안 등 전리권(발명·고안·디자인)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이셴이 보유한 글로벌 전리권은 75개였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이 매년 500건의 전리권을 신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지 않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셴은 사업 영역도 적극 확장 중이다. 2019년 이후 매니큐어로 유명한 '리틀 온다인(小奥汀)',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갈레닉'(Galenic), 대만 스킨케어 브랜드 '닥터우'(DR. WU) 등을 인수해 퍼펙트 다이어리와 협력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