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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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여행일정을 짜는 방법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은 휴가 같은 특정 기간에 여행 1건을 예약해두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에는 같은 기간에 2건 이상의 여행을 예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트립스태킹'(trip stacking), '여행 쌓아두기'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글로벌 고급여행 전문업체 버추오소(Virtuoso)의 미스티 벨스 이사는 트립스태킹에 대해 매우 새로운 트렌드라며, 지난 5~6월쯤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유럽이 국경을 다시 열어젖히던 때다.

미국 여행사 애버뉴투트래블(Avenue Two Travel)의 조슈아 부시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가 여행 계획에 차질을 일으키기 시작한 올 여름에 트립스태킹 추세에 더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약한 여행을 6~9개월 기다린 고객들이 출발을 코앞에 두고 계획을 접어야 했다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탓했다.

파이낸스버즈에 따르면 지난달 초까지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미국인의 50% 이상이 여행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했다. 

팬데믹 사태와 같은 돌발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실감한 이들은 여행을 계획할 때도 '플랜B'를 마련해둬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됐다.

버추오소의 벨스 이사는 포루투갈을 '플랜A'로, 미국 플로리다를 플랜B로 계획한 한 고객의 사례를 들었다. 포르투갈이 해외 여행객을 받지 않았을 때 한 예약인데, 포르투갈이 제때 국경을 다시 열어 이 고객은 유럽으로 향했다. 플로리다 여행 계획은 연말로 미뤘다.

벨스는 트립스태킹이 가능한 건 여행 취소가 대체로 유연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사태로 여행 수요가 크게 줄면서 여행객의 예약 취소 부담이 줄었다는 얘기다. 벨스는 여행 수요가 정상화하면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봤다.

애버뉴투트래블의 부시 CEO는 생각이 다르다. 그는 자사 여행 예약의 30%가 출발 전 닷새 안에 이뤄진다며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립스태킹 확산에 따른 예약 취소의 충격이 여행업계가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할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 컨설팅업체 JM프리드먼&코의 제이슨 프리드먼 이사는 트립스태킹과 '유령예약'(ghost booking)은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음부터 약속을 이행할 생각 없이 하는 예약은 잘못이지만, 수수료 등 예약 취소 관련 규정 내에서 이뤄지는 트립스태킹은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여행 기술기업 호텔플래너의 팀 헨첼 CEO는 트립스태킹의 역풍을 우려했다.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 등을 띄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항공료와 숙박료는 여객기와 호텔의 점유율이 오르면 가격도 뛰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헨첼은 호텔들이 항공사처럼 환불해주지 않는 선불 예약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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