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인플레이션 위협 세계 경제 시한폭탄"
"인플레이션을 무시하고 경기부양에만 집중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다."
유럽 최대 투자은행인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다비드 폴커츠-란다우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동료들과 쓴 최신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위협이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지속돼 몇 년 뒤에는 위기를 초래할 공산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2023년이나 그 이후에는 경기부양에 집중하며 인플레이션 공포를 무시한 게 실수로 판명날 것이라는 경고다.
보고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통화당국과 월가 주류 이코노미스트들이 인플레이션 위협을 무시하면서 "세계 경제가 시한폭탄을 깔고 앉아 있는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미룬 결과는 파괴적일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는 상당한 수준의 경기침체가 일어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연쇄적인 고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흥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이체방크는 다가올 인플레이션이 1970년대의 경험을 되풀이하게 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른바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시대로 불리는 당시 미국에서는 1960년대 초 평균 1.3% 수준이던 물가상승률이 10년간 평균 7%에 달했다. 1974년에는 11%, 1979~80년엔 최고 13.5%까지 치솟았다. 그 사이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월가에서 1970년대 초~1980년대 말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1979년 연준 의장으로 등판한 폴 볼커는 뒤늦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느라 기준금리를 급격히 인상해야 했다. 극적인 금리인상은 결과적으로 경기침체의 방아쇠를 당긴 셈이 됐다.
볼커의 고금리 기조로 미국에서는 단기금리가 한때 사상 최고인 22%까지 치솟았다. 이 여파로 미국 경제는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졌다. 미국 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면서 1981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6%까지 뛰었다.
도이체방크는 인플레이션 위협에 따른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채무 부담이 큰 세상에 대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경제 성장세로는 도저히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신흥시장이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시장에서 문제 삼는 인플레이션 위협이 일시적이라고 본다. 지난 주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다시 확인됐다고 한다. 인플레이션 위협을 이유로 통화·재정부양 기조를 꺾을 이유가 없다고 보는 셈이다.
독일 간판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인플레이션 위협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이 일찍이 '하이퍼인플레이션'(초인플레이션)을 경험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월간 50%를 넘는 경우를 말한다. 독일이 192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경험한 대로다.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절정일 때는 한 달 새 물가가 3만% 가까이 올랐다.
제1차 세계대전 배상금을 갚느라 마르크화를 마구 찍어낸 게 화근이었다. 화폐가치가 폭락해 뭐라도 사려면 수레로 돈을 실어날라야 했다. 붕괴된 경제는 히틀러의 나치즘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독일이 보수적인 재정정책을 고수하며 다른 어떤 나라보다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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