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내부자들 지분 매각 속도...기술주 쏠림 역풍 우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를 비롯한 미국 기술업계 거물들이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주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후 증시 랠리를 주도한 만큼 이미 억만장자인 이들의 재산도 크게 늘고 있다.
기술업계 내부자들의 대규모 지분 매각이 기술주 쏠림의 역풍을 경고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상장기업 내부자들이 올 들어 5월 첫주까지 매각한 지분은 244억달러(약 27조6000억원)어치에 이른다. 지난해 하반기 규모(300억달러)와 맞먹는다.
내부자들이 올 들어 처분한 지분의 절반은 미리 정한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아닌 선택에 따른 것이었다. 기술주 주도의 증시 랠리가 이어진 만큼 기술업계 억만장자들은 어떤 이유로 지분을 팔았든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
미국 뉴욕증시 기술주 대표지수인 나스닥100은 최근 1년 새 43%가량 올랐다.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S&P500지수는 11%가량 뛰는 데 그쳤다.
베이조스는 올 들어 67억달러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매각했다. 세계 최고 부자인 그에겐 얼마 안 되는 듯하지만, 지난해 매각액에서 3분의 2가량 늘어난 것이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베이조스의 순자산은 이날 현재 1840억달러에 이른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지난주 700만주 등 회사 주식 매각으로 올 들어 5억5230만달러를 챙겼다.
브린은 최근 4년여 만에 처음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식을 처분(1억6300만달러어치)했다. 그는 최대 2만주를 매각할 방침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신이 설립한 자선재단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거의 날마다 회사 주식을 팔았다. 지금까지 매각 누적액이 18억7000만달러가 넘는다.
팬데믹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화상회의 플랫폼업체 줌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에릭 유안 설립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통해 매월 14만주가량을 팔아 연간 3억5000만달러 이상을 손에 넣었는데, 지난 3월 이후에는 월평균 20만주가량을 팔아 1억8500만달러를 챙기는 등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기술업계 내부자들이 회사 지분을 처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팬데믹 사태 이후 이어진 증시 랠리로 높아진 주가 수준이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한 예로 줌은 지난해 1월 80달러를 밑돌던 주가가 10월 570달러에 육박했지만, 최근 3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유안이 최근 회사 주식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위협은 기술주의 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통화긴축 우려를 자극하고 있기도 하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증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만만치 않다.
손 퍼킨 파파마르코우웰너 자산운용 사장은 기술업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일반적으로 단일 종목에 쏠려 있다며, 증시가 급등하면서 과도한 집중에 따른 리스크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트폴리오매니저로서 보면, 이를 분산하는 게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