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성장률 33.1%...팬데믹 손실 3분의 2 회복
코로나19, 재정부양·대선 불확실성 등 하방위험도
미국 경제가 지난 3분기에 33.1%(속보치, 전기대비 연율)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으로 1947년 이후 최고치다.
이로써 미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잃었던 경제 기반의 3분의 2를 회복했다. 다만 팬데믹 사태 이전에 비하면 여전히 3.5% 쪼그라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소비지출, 주택수요, 재고확충 수요 등의 확대에 힘입어 회복세를 지속하겠지만, 코로나19 재유행과 추가 재정부양 지연 등 하방위험이 만만치 않아 4분기부터는 회복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을 닷새 앞두고 받아든 3분기 경제 성적표에 잔뜩 고무된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열세를 만회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美 3분기 성장률 33.1%...1947년 이후 최고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조584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로 2.9% 감소(성장률 -2.9%)한 것이다. 팬데믹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4분기 대비로는 3.5% 줄었다.
다만 전기대비로는 7.4%,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성장률이 33.1%에 이른다.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1947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시장에서 예상한 30~31%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미국의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지난 1분기에 -5.0%, 2분기에는 -31.4%를 기록했다.
3분기 GDP를 항목별로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40.7%(전기대비 연율)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82.2% 늘었다. 소비회복과 동시에 제조업 부문의 조업 재개가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주택투자도 59.3% 증가했다.
미국의 경기회복은 무엇보다 팬데믹 사태에 따른 봉쇄(록다운) 조치를 조기에 푼 가운데 약 3조달러에 이르는 재정부양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동원해 성인 1명에게 최대 12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실업수당도 지원했다.
◇회복세 둔화 전망..."올해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
블룸버그는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발 침체가 적어도 글로벌 금융위기발 '대침체'(Great Recession)보다 낫다는 판단이 낙관론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3분기 기준으로 침체 이전보다 3.5% 위축된 상태지만, 대침체 때는 같은 시점에서 위기 이전과의 격차가 4%로 더 컸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돼도 그 속도는 더 더뎌질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는 데다 정치권이 추가 재정부양안을 두고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재정효과가 시들해진 탓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0월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미국 경제가 내년까지 팬데믹 사태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성장률이 -3.6%에 그칠 것으로 봤다. 내년에나 연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더 비관적이다. IMF는 이달 개정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성장률이 올해 -4.3%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는 6월 전망치를 3.7%포인트 상향조정한 것이다. 미국의 올해 침체폭은 일본(-5.3%), 유로존(-8.3%)보다는 작을 것이라는 게 IMF의 관측이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파이낸셜마켓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경제가 치유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며 소득의 쪼들림,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대선 불확실성 등을 악재로 들었다.
◇고무된 트럼프..."판세 전환 너무 늦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분기 성장률을 막판 판세 전환의 무기로 삼을 셈이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처져 있다.
트럼프는 이날 본인 트위터에 3분기 성장률에 대해 "미국 역사상 최대이자 최고"라며 "내년은 환상적일 것"이라고 썼다. 또 "11월 3일(대선 투표일) 이전에 훌륭한 GDP 숫자가 나와 기쁘다"고 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세금을 올려 모든 것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집권해 증세 공약을 실현하면 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얘기다.
바이든은 3분기 성장률에 대해 "회복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느려질 것"이라며 경제 회복은 부자들에겐 도움이 되지만 노동자 가정과 중소기업은 뒤에 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3분기 성장률로 자신이 부상하길 바라지만, 대선에 영향을 주기엔 너무 늦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8000만명에 가까운 이들이 이미 우편투표를 비롯한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