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부추기고 있는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한창이다. 흔히 'K자 양극화'라고 한다. 사회계층, 산업·지역·국가별 격차가 K자처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사태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아래로 집중되다보니 취약계층과 기득권층이 체감하는 경기회복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은행은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5.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월 전망치보다 1.5%포인트 높은 것이다. 80년 만에 가장 강력한 반등이 되는 셈이라고 한다.
보고서 이면에는 우려가 깔려 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전망그룹 책임자는 이번 전망을 "두 회복 이야기"(tale of two recoveries)라고 짚었다. 재빨리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선 부자나라들은 희망의 길로 나서고 있지만 백신 접종이 더딘 나라, 특히 가난한 나라들은 정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률∝성장률 전망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전체 인구 가운데 1회 이상 접종한 인구 비율)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라별로 뚜렷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가운데 접종률 상위 10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5.5%지만, 하위 10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일찍이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한 미국은 1회 이상 접종률이 이미 50%를 넘어섰다. 덕분에 지난 1월 3.5%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6.8%까지 높아졌다. 신흥시장에서도 중국처럼 접종에 속도를 낸 나라의 성장률 상향조정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사하라 이남의 23개국을 비롯한 29개 최빈국의 접종률은 0.3%에 불과하다. 이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1월 3.4%에서 2.9%로 떨어졌다. 최근 20년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는 백신이 2가지 면에서 경제 성장을 돕는다고 짚었다. 우선 접종률이 높아지면 경제활동을 막고 있던 봉쇄(록다운)조치가 풀거나 완화된다. 또 뉴질랜드처럼 이미 봉쇄조치를 해제한 나라에서는 잠재적인 추가 감염률이 떨어져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쉽다. 경제성장세의 탄력이 그만큼 강해지는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실효록다운지수'(effective lockdown index)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록다운 수위가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접종률이 높아지면 사회적인 통제가 완화되기 때문에 경제지표도 곧 개선돼 성장률로 다른 나라들을 압도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JP모건은 반대로 대만의 성장률은 낮춰 잡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방역 성공사례로 꼽혀온 대만은 지난 1분기에 9%에 가까운 성장률(전년동기대비)을 기록했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백신 보급도 더뎌 1회 이상 접종률이 3%대에 머물러 있다.
◇1970년대 석유처럼...백신발 긴축발작 경고등
이코노미스트는 백신 불균형이 자칫 백신 취약국의 '긴축발작'(taper tantrum)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을 비롯해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기회복세를 배경으로 통화부양정책을 축소하기 시작하면, 회복세가 미약한 나라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미국만 해도 최근 강력한 경기회복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연준의 통화긴축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준은 팬데믹 사태에 맞서 제로(0)금리 기조 아래 양적완화(자산매입)를 통한 돈풀기로 경기를 부양해왔다.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정책목표치(2%)를 웃돌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이른바 테이퍼링이 머지않았다고 본다.
연준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을 통해 테이퍼링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는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 신호만으로도 크게 요동쳤다. 특히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던 신흥시장이 큰 타격을 입고 '발작'을 일으켰다.
연준의 테이퍼링은 기준금리 인상의 전조로 읽혔다. 당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였던 신흥시장이 투자매력을 잃게 됐다.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은 신흥시장 취약국에서는 주식, 채권, 통화 가격이 일제히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백신이 결국 1970년대의 석유와 다를 바 없다고 짚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로 대표되는 소수 국가들이 생산하던 석유가 세계 경제 향방을 좌우했듯, 지금은 역시 생산이 제한된 백신이 세계 경제 흐름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970년대 석유 공급 부족에 따른 석유 가격 폭등, 이른바 석유파동은 인플레이션을 촉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9년 연준 의장으로 등판한 폴 볼커의 기준금리 인상에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졌을 정도다. 석유파동발 인플레이션으로 취약해진 경제가 가파르게 오른 금리로 충격을 받은 탓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백신 보급 불균형으로 접종이 늦어 회복세가 더딘 취약국이 섣부른 경기부양 축소로 맞을 역풍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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