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국세청 추징 1006억원…시가 계약 전환이 원칙"
DL "원인분석 없는 증자 반복…모럴 해저드·배임 리스크"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여천NCC의 부실 문제를 서로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사 간 갈등이 공개적인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한화는 12일 DL에 "여천NCC의 주주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급박한 부도 위기를 막기 위해 자금 지원에 동참해 달라"며 "여천NCC 임직원과 지역사회, 석유화학업계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천NCC는 한화와 DL이 공동 대주주로 있는 국내 3위 에틸렌 생산 업체다. 연말까지 3000억원 규모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부도처리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한화와 DL이 자금 지원 방식에 대해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그룹이 즉각 자금 마련에 나서 지난달 1500억원 자금 지원을 승인한 것과 달리, DL그룹은 여천NCC의 지속 경영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금 지원에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이에 석화업계 연쇄 부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자금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전날 DL케미칼이 긴급 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으나 한화 측은 "아직도 DL이 즉각적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차 지적했다.
한화는 "DL이 여천NCC를 지원하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명 없이 유상증자 사실을 공개했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건에 의한 원료공급계약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세청 세무조사로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은 여천NCC에 대해서도 한화와 DL이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천NCC는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DL에 판매하는 에틸렌, C4R1 등 제품에 대해 '저가공급'으로 법인세 등 추징액 1006억원을 부과받았다. 이 중 DL과의 거래로 발생한 추징액이 96%, 한화와의 거래는 4%였다고 한화 측은 밝혔다.
이어 한화 측은 "DL의 주장대로 불공정거래 조건을 이어가면 여천NCC는 국세청으로부터 또 다시 과세 처분을 당해 거액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며 "한화는 시장원칙에 따라 거래조건을 정하고, 거래조건의 적정성에 대해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증을 받을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DL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책임 있는 주주라면 회사의 부실 문제를 미봉책으로 방치하기 보다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무런 설명과 원인 분석 없이 증자만 남발하는 것은 여천NCC의 정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무작정 자금만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책임경영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DL은 원료가 공급계약에 대해서도 "DL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여천NCC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격으로 원료 공급 협상을 제안해 왔다"면서 "한화는 무조건 더 싸게, 심지어 여천NCC의 공정한 이익을 깎아서라도 한화에만 유리한 조건을 고집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화가 올 초부터 여천NCC 외 다른 석유화학사로부터 에틸렌 구매를 타진해 어려움을 가중시켰고 공동 TFT 대신 언론 압박을 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한화 측은 "DL이 여천NCC를 지원하겠다는 명확한 의사 표명 없이 내용이나 용처가 불분명한 유상증자 사실을 공개하며 합작사인 한화솔루션을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입장을 언론에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DL은 지금이라도 시장원칙과 법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건에 의한 원료공급계약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