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온도 상승으로 한류어종 북상…어획량 감소
도매가 올라도 소매가는 그대로…업자들 이중고
전세계적으로 '푸드플레이션'(푸드+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푸드플레이션은 식재료 물가가 전체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최근 수년새 러-우 전쟁과 기상이변 등으로 각종 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이에 푸드플레이션 현상에 대처하는 각국의 노력을 소개하고 향후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이상기후로 수급 변화를 겪는 건 곡물뿐만이 아니다. 수산물도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1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광어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4.0% 오른 kg당 1만9300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우럭 도매 가격은 kg당 1만6125원으로 41.8% 상승했다.
지난해 역대급 폭염으로 고수온 특보가 역대 최장인 71일 동안 이어지면서 양식장에서 대규모 폐사가 일어났다. 지난해 양식업 피해액도 역대 최대인 1430억원으로, 가장 피해가 컸던 우럭 양식이 583억원, 광어도 99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보름 이른 지난 9일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돼 우려를 가중시킨다. 시장에서는 광어와 우럭의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는 수산물 가격 관리에 나섰다. 고수온 비상대책반을 꾸려 현장 대응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광어·우럭 양식장에 고수온 대응 장비 보급을 늘렸다. 수산물 조기 출하를 유도해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소비자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유통업체와 협력해 할인 행사도 펼친다. 고수온 장기화에 대비한 긴급방류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긴급방류는 고수온 시기에 일부 어류를 가두리 밖으로 내보내 물 속에 녹아있는 산소 필요량을 줄이는 조치다.
도매가는 오르지만 소매 가격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상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분을 소매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도매가가 올랐다고 소매가도 올리면 손님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수산물 생태계 변화에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05년 기준 북해 심해어 36종 중 21종이 차가운 해류를 찾아 더 북쪽이나 심해로 이동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고온 해류 구역 내 수산물 어획이 감소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우럭도 차가운 물에 사는 어종이라 해수 온도 상승에 특히 취약하다.
한국, 중국, 일본 해역에 넓게 분포하는 광어는 최근 기후 변화로 더 북쪽 해역에서 출현 빈도가 높아지고 있고, 우리나라 해역에서 널리 발견되던 우럭도 더 차가운 해류를 찾아 한반도 북부나 중국, 일본 홋카이도 등지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잡히는 생선 종류 중에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어종이 늘고 기존의 한류성 어종은 크게 줄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해역에서 새로운 아열대 어종의 출현과 기존 어종의 북상 및 감소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