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24일 분과위 열었지만 결정 못해
HD현중·한화오션 경쟁 속 정치권까지 가세
"국회 대상 설명 과정 거친 후 다시 상정"

한국형 이지스구축함. /사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이지스구축함. /사진=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 결정이 또 다시 미뤄졌다. 25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전날 열린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방사청은 당초 이번 분과위에서 사업 방식을 확정하고, 이달 말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최종 의결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내부 조율과 정치권 반응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 관계자는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 과정을 거친 후 분과위에 재상정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다수의 분과위원들은 그동안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대국회 설명이 부족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KDDX 안건은 올라가지 않게 된다.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에 소용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사업자 선정은 사실상 새 정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방사청은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수의계약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신 세부 계약방식에서 한화오션과 상생하는 방안을 준비했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제시한 상생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며,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사업자 선정에 가세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방부가 4월 내 특정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들려온다"며 "방산 게이트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미국과의 관세협상 관련 정부 지원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16일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특정업체를 편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해군은 KDDX 도입이 더 이상 늦어져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KDDX는 2030년까지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예상 사업비는 대략 7조8000억원이다. 개념설계(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2012~2013년)→기본설계(HD현대중공업, 2020~2023년)→상세설계·선도함(1번함) 건조→후속함(2~6번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상세설계·선도함 건조를 누가 맡을지를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치열하게 다퉈왔다. 상세설계·선도함을 맡은 업체가 앞으로 군함의 해외 수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서다.

하지만 현재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사업이 1년가량 지연됐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본질은 이미 사라지고 정쟁으로까지 번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며 "전력화 지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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