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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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기존 생존 경험을 받아들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 기업 역시 스타트업들의 역동적인 도전 전략을 통해 재도약하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의 DNA를 확보해 시장과 기술에서 시너지는 창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K-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준학 박사의 컬럼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업의 혁신과 생존 방안을 조망해 본다._<편집자 주>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짧은 시간 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그 중심에는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와 서울산업진흥원(SBA), 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같은 다양한 공공 지원기관들이 있었다. 

글로벌 스타트업 리서치 기관인 스타트업 게놈(Startup Genome)의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은 전 세계 주요 300개 도시 중 창업하기 좋은 도시 9위에 오르며 우리의 창업생태계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창업 뿐 아니라 오픈 이노베이션 분야에서도 공공의 역할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각종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며, 협업의 장이 넓어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회를 얻고, 대기업은 외부의 기민한 역량을 흡수하며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의 조력자이자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국가적 성장전략으로 삼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이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대기업의 실질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의 ‘짝사랑’만이 존재하면 안된다. 스타트업은 대기업과의 협업을 적극 원하지만, 대기업은 예산, 리스크, 의사결정 구조 등 여러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세액공제 확대, 행정절차 간소화, 규제 특례 등 실질적인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협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정부가 일정 부분 부담해주는 구조가 마련된다면, 보다 많은 대기업이 오픈 이노베이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둘째, 공공주도로 협력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패는 ‘함께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를 필두로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적 환경속에서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를 독자적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이때 공공이 나서서 산업별 특화 테스트베드, 공공 인프라 개방 등을 통해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고 제공해야 한다. 공공이 ‘실험의 장’을 제공할 때, 민간은 보다 과감하고 실질적인 협업에 나설 수 있다.

셋째, 실패를 허용하고 실험을 장려하는 정책 문화가 필요하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과 실험을 수반한다. 하지만 많은 공공 프로그램이 여전히 성과 중심, 정량 지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실험적 시도를 위축시키고, 오히려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공공은 도전적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학습과 협력 경험을 가치로 인정해야 한다. 평가 기준과 정책 설계 전반에서 유연성을 확대하고, ‘실패를 포용하는 지원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넷째, 단기 성과에 치우친 보여주기식 프로그램은 지양해야 한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단발성 이벤트나 성급한 협업추진은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한 준비와 지속적인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공공은 숫자 중심의 성과보다는 실제 협업의 질과 지속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협력 주체들이 오랜 시간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책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제 공공은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의 ‘관리자’가 아니라,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촉진하고 조율하는 ‘코디네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제도적·정책적 기반을 다지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협업의 여정을 함께 이끌어야 한다.

K-오픈 이노베이션이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전략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공공의 역할도 한층 더 성숙해져야 할 시점이다.

 

_ 김준학 / 창업학 박사. 벤처창업학회, 사회적기업학회 이사. KT에서 22년간 재직 후 현재 '오픈이노베이션랩'을 설립해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혁신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문과 관련 특강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정부기관 지원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K-오픈 이노베이션 101' 등이 있다.  ceo@opeinnovationlab.kr

 

 

 

 

 

 

 

 

 

 

 

비즈니스플러스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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