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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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기존 생존 경험을 받아들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 기업 역시 스타트업들의 역동적인 도전 전략을 통해 재도약하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의 DNA를 확보해 시장과 기술에서 시너지는 창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K-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준학 박사의 컬럼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업의 혁신과 생존 방안을 조망해 본다._<편집자 주>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 기술 확보, 시장 진입, 자금 조달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최근처럼 투자 유치가 녹록지 않은 ‘혹한기’ 속에서는 대기업과의 협력이 성장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인력도, 시간도, 경험도 부족한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협업이라는 낯선 과정을 마주한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는 갖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협력을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고, 협력이 어느 정도 진전되더라도 상대방의 내부 사정이나 담당자 변경, 퇴사 등 외부 변수로 인해 흐지부지되기 쉽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라. 오픈 이노베이션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 스타트업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얻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기술 검증(PoC), 초기 레퍼런스 확보, 시장 진입, 전략적 투자 유치 등 목표가 선명해야 협력의 방향이 흔들리지 않고, 자원 낭비도 줄일 수 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일수록 다수의 파트너에게 무작정 제안서를 보내기보다는, 핵심 목표에 부합하는 파트너를 중심으로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라. 대기업과의 협력은 단순히 운이나 네트워크에 의존해서는 성사되기 어렵다. 오히려 대기업의 입장에서 ‘왜 이 스타트업과 손잡아야 하는지’가 설득되어야 한다.

기술이 뛰어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며, 상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금융기관이 고민하던 사용자 인증과 간편 송금 등 실제 현안을 정조준했고, 이를 통해 여러 은행과의 신뢰 기반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빠른 성장을 이끌어냈다.

셋째, 설득력 있는 가치 제안과 신속한 피드백을 준비하라.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는 스타트업은 많지만, 그 문을 여는 건 ‘상대의 언어’로 말할 줄 아는 스타트업이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아닌, 상대방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둬야 한다.

조직 내부를 설득할 수 있도록 정제된 슬라이드, 수치 기반의 가치 제안,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이 필요하다. 또한 신속한 피드백 역시 중요하다. 대기업은 여러 이해관계자와의 협의와 검토를 거쳐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스타트업은 민첩함으로 협력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빠르게 반응하는 스타트업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이유다.

넷째, 자원의 효율적 활용 전략을 수립하라.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내부 리소스가 빠듯하다. 열정만으로는 버티기 어렵고, 실제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량은 예상보다 크다. 따라서 협업 제안 전부터 투입 가능한 인력, 일정, 재정 등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의 깊이와 넓이를 설계해야 한다.

알파고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AI 스타트업 딥마인드(DeepMind)는 자원 활용 전략의 모범 사례다. AI 개발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던 딥마인드는 자체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었지만,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다섯째, 스타트업만의 민첩성을 유지하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스타트업만의 강력한 무기다. 특히 협업이 초기 단계에서 좌초되는 경우가 많고, 내부 우선순위 변화나 파트너사의 조직 개편 등 외부 변수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럴 때 스타트업의 유연성과 민첩함은 협력의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세계적인 협업툴로 자리잡은 슬랙(Slack)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슬랙은 원래 게임 스타트업으로 출발했지만, 시장 니즈를 빠르게 포착하고 팀 커뮤니케이션 툴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이 빠른 판단과 실행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슬랙은 글로벌 협업 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과정에서 민첩성은 중요하다. 파트너사의 요구가 바뀌거나 외부 환경이 급변할 때, 스타트업이 빠르게 방향을 조정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협업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 단지 ‘좋은 기회’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실질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협력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시작보다 이어가는 것이 더 어렵다.

담당자의 이직, 리더십 변경, 우선순위 하락 등 예기치 못한 변수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명확한 목표와 철저한 준비, 민첩한 대응이 필요하다. 진정한 협업 기회는 철저히 준비된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하자.

 

_ 김준학 / 창업학 박사. 벤처창업학회, 사회적기업학회 이사. KT에서 22년간 재직 후 현재 '오픈이노베이션랩'을 설립해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혁신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문과 관련 특강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정부기관 지원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K-오픈 이노베이션 101' 등이 있다.  ceo@opeinnovationlab.kr

 

 

 

 

 

 

 

 

 

비즈니스플러스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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