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기존 생존 경험을 받아들여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 기업 역시 스타트업들의 역동적인 도전 전략을 통해 재도약하는 것은 물론 지속 성장의 DNA를 확보해 시장과 기술에서 시너지는 창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K-오픈 이노베이션’이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관련 분야 전문가인 김준학 박사의 컬럼을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업의 혁신과 생존 방안을 조망해 본다._<편집자 주>
소통수단은 많아졌지만, 세대 간 소통이 이렇게 어려웠던 적이 있었을까?
과거에는 변화가 점진적이었기에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한 세대가 익숙하게 사용했던 제품이나 개념이 다음 세대에게는 전혀 낯선 것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어, 지금의 기성세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들고 다녔던 MP3 플레이어는 Z세대에게 생소한 과거의 유물일 뿐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전자사전, 휴대용 게임기 등 다양한 기기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제는 AI의 발전으로 인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사람의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의 테크 스타트업 전문투자사 코아투(Coatue)에서 발표한 AI 리포트에 따르면, 과거 PC가 사회 전반에 보급되는 데 약 20년이 걸렸다면, 생성형 AI는 단 3년 만에 전 세계를 뒤덮을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의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빨라지면서, 기업들은 이 변화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삼아 성장을 이룰 수도 있다.
AI는 기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1980년대에는 연 매출 100만 달러를 올리기 위해 약 8명의 직원이 필요했지만, AI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현재는 단 3명만으로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기술이 사람의 역량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기업의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룬 사례는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인터넷은행 K뱅크의 협력을 들 수 있다.
두 기업이 손을 잡고 계좌를 연동하면서, 두나무는 보다 신뢰도 높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고, K뱅크는 단숨에 고객층을 폭발적으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이 협력은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여 서로의 성장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AI 시장을 선점했다. 2019년부터 오픈AI에 투자하며, GPT 시리즈와 AI 기술을 빙(Bing) 검색 엔진, 오피스 프로그램, 에져(Azure) 클라우드 등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구글과 차별화된 AI 검색 기능을 선보이고, 기업 고객이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전략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AI 선도 기업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기업이 변화의 시대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다음 세 가지 전략이 핵심이 될 수 있다.
첫째, 적극적인 외부 협력과 네트워크 구축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핵심은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이다.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기업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로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사내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 조직을 운영하거나, 외부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털(VC)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외부 혁신을 흡수할 수 있다.
둘째, 신기술 도입과 빠른 실험이다.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는 시대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실험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내부에서 모든 것을 개발하려 하기보다는, 이미 특정 기술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외부 기업과 협력하여 빠르게 시장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조직 문화 구축이다. 빠른 변화 속에서는 실패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실험과 피드백을 반복하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실패를 용인하고 빠르게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빠른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는 기업은 단순히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기회로 삼아 능동적으로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와 협력하고, 신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변화의 시대, 성장의 열쇠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있다.
_ 김준학 / 창업학 박사. 벤처창업학회, 사회적기업학회 이사. KT에서 22년간 재직 후 현재 '오픈이노베이션랩'을 설립해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등 혁신생태계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경영자문과 관련 특강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정부기관 지원사업의 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는 <K-오픈 이노베이션 101> 등이 있다. ceo@opeinnovationlab.kr
비즈니스플러스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