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해제 35일 만에 번복…강남3구·용산 등 확대 지정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일대 아파트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다시 지정했다. 앞서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의 토허제를 해제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규제 해제 이후 단기간 급등한 집값을 잠재우고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 해제를 번복한 것인데 일관성 없는 정책에 시장 혼란만 야기시켰다는 지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전날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열고 강남3구와 용산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지정을 결정했다. 기간은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번 조치는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잠실·삼성·대치·청담 일부 단지의 토허제를 해제한 이후 집값이 급등하는 등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다.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 등이 시기적으로 맞물리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매수심리가 살아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정부와 서울시는 시장 이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규제지역이 아니던 서초구와 용산구까지 묶어 토허제를 폭넓게 지정한 것이다. 사실상 정책을 단기간에 뒤짚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정책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장난치듯 하니 내 집 마련을 포기해야 하나 싶다"며 "한 달 만에 잠실 국평(국민평형) 4억을 띄우더니 집값 다 오르고 나니 규제하냐", "24일 전에 막차 타야 한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토허제 확대 지정으로 당장 갭 투자 움직임은 줄어들겠지만 규제 해제에 따른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기 이전에 다시 규제를 적용한 것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집값 급등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토허제가 시행되면 직접적으로 거래 위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24일 체결된 신규 매매 계약분부터 적용된단 점에서 단기간 내 해당 지역 거래량 급증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치로 시장의 일부 변동은 있겠지만 효과는 국지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토허제 적용·해제 지역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영향을 미칠 뿐 서울 25개구 전체의 가격 흐름을 바꾸는 수준이 되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데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이 단기적 시장 반응에 따라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는 탓에 시장 혼란만 야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하락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극히 소수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서둘러 규제한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며 "6개월 후 재지정 여부는 공급 정책 진행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