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91개 단지 해제…거래 활성화 기대
매물 회수·호가 상승…부동산 시장 즉각 반응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급매·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붙은 급매·전월세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일대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대거 해제하면서 강남권 거래가 활발해지며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대출 규제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만큼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2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에 지정됐던 305개 아파트 단지 중 29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다만, 안전진단을 통과한 14개 재건축 아파트는 투기 수요가 집중될 우려가 있어 규제를 유지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직접 거주 또는 운영 목적이 아니면 매수할 수 없는 구역이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 의무 2년이 적용돼 전세를 낀 갭투자가 불가능했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 거래량 감소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재건축 이슈가 없는 일부지역에 대해서 해제를 결정했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안정화 효과는 단기적으로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 감소한 것으로 관련 용역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직후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주요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높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해제 결정 이후 문의가 급증했고 내놓은 매물은 거둬들이는 분위기"라며 "기존가보다 1~2억원 정도 높이겠다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해제 대상 아파트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강남 지역인 데다 해제 기대감이 더해지며 최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잠실 리센츠 전용 124㎡는 지난해 12월 37억500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지난달 37억원에 거래됐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도 올해 초 52억9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종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2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매매가격지수가 전주보다 0.02% 오른 가운데 송파구는 0.13% 올랐으며 서초구는 0.06% 상승하며 평균치를 웃돌았다.

업계에선 이번 해제가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거주 의무로 제한됐던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투자 수요도 본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강남권 거래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가격도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 해제로 강남권 전체 집값이 급등하기보다는 해제된 단지를 중심으로 일시적인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되면서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 목적 거래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단기적인 집값 상승이 일어날 수 있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대출 규제가 유지되고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어서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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