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지난해 연매출 40조원 돌파(41조2901억원·302억6800만달러)라는 신기록을 썼다. 2010년 설립 이후 불과 14년 만에 유통업계 터줏대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연간 판매액(각각 40조6595억원, 37조1778억원)을 모두 앞질렀다. 쿠팡의 급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 같은 서비스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시장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로켓 파워'를 입증한 쿠팡의 성공 스토리와 미래 전략을 4회(①이커머스 본보기 된 쿠팡 ②'로켓배송' 그 이상 ③이 회사가 사는 법 ④김범석 의장의 '전인미답')에 걸쳐 살펴본다.[편집자주]
'전인미답'(前人未踏). '이전에 어떤 사람도 아직 밟지 않았다'는 뜻으로 '앞서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처음으로 해내거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 전인미답이라는 수식어가 적확한 인물이 있다. 쿠팡과 김범석 이사회 의장의 얘기다.
쿠팡은 지난달 말 공개한 연간실적에서 지난해 매출이 41조2901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년(31조8298억 원)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2년 연속 6000억 원대를 달성했다.
특히 매출 40조 원은 쿠팡의 역대 최대 실적다. 국내 대표 테크 플랫폼인 네이버, 카카오의 지난해 합산 매출(약 18조6000억 원)보다도 2배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쿠팡이 실제 지난해 국내 유통사 중 '전인미답'의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물론 이같은 실적은 국내 경영진(강한승, 박대준 대표)이 주도한 성과이지만, 김 의장의 리더십이 발현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김 의장은 현재 쿠팡의 지주회사격인 쿠팡Inc를 이끌고 있다. 쿠팡Inc는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현지에서 유치한 대규모 자금으로 국내 물류망 등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쿠팡은 상장 첫해 약 2억달러(한화 약 1조7400억 원)에 이어 2023년 7억 달러(한화 약 1조 원) 등을 국내 물류센터 증설에 투자했으며, 이같은 투자는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 안목…폭 넓은 시각
현재 미국에서 쿠팡Inc와 이사회를 이끌고 있는 김 의장의 글로벌 투자 안목과 폭넓은 시각에서 관련 시장을 보는 판단력 등이 국내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하는 핵심 요인이란 게 관련 업계의 평가다.
실제 김 의장이 2010년 투자받은 자본금 30억 원으로 설립된 쿠팡은 지난 14년간 '폭풍 성장'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을 처음 공개한 2013년 4778억 원과 비교해도 지난해 86배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쿠팡이 처음 매출 1조 원을 넘어선 건 2015년. 이후 2017년 2조 원, 2019년 7조 원, 2020년 13조 원으로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20조 원의 벽을 넘어선 건 코로나 팬더믹 시기. 비대면의 일상화로 식품 등에 대한 온라인 배송 주문이 확산되면서 쿠팡에게는 또 다른 모멘텀이 찾아 왔다.
2021년 20조 원을 넘어선 쿠팡의 매출은 2023년 30조 원을 돌파했고, 이후 1년 만인 지난해 '매출 40조 원'의 새 역사를 쓴 것이다. 쿠팡은 설립 이후 14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60%를 넘어선다. 실로 국내 유통 업계에서 전입미답의 성장세를 이어온 셈이다.
쿠팡의 성장을 이끈 건 창립자이자 경영자인 쿠팡Inc 김범석 의장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김 의장은 쿠팡 설립 초부터 기존 유통업체와 이커머스가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길을 과감히 선택해 주목을 받았다.
2014년 시작한 쿠팡만의 차별화되는 배송 서비스를 '로켓배송'이 대표적이다. 로켓배송은 고객들이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시작 당시에는 유통물류업계에선 이래적인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는 점점 진화돼 신선식품의 경우 새벽에 받아볼 수 있는 '로켓프레시' 등으로 이어졌고, 관련 업체들의 '속도' 서비스 경쟁을 이끌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출시한 구독서비스 '와우멤버십'도 쿠팡 성장의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월 회비를 내고 회원제로 가입하는 이 서비스는 상품 갯수와 상관없이 무료로 배송 받을 수 있는 게 핵심으로 '당일도착' '30일 무료반품' '로켓직구 무료배송' 등 다양한 혜택 제공으로 회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쿠팡 입장에서도 기존 회원과 고객들을 묶어 놓는 '록인'(Lock in) 효과가 있어 안정적인 매출 창출에 기반이 되고 있다.
이 외에 고용 부문에서 획기적인 시도도 이어졌다. '쿠팡맨'으로 익숙해진 쿠팡친구를 직접고용해 배송 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기여했다. 실제 국민연금공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쿠팡과 물류 자회사의 직고용 인력은 약 8만400명. 2023년 말 대비 1년만에 약 1만1000명으로 16% 이상 늘어난 것은 물론 2014년 로켓배송 도입 초 3000여명과 비교하면 27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같은 고용 창출 속도는 국내 취업자 수 증가율에 비해서도 압도적인 수준으로 쿠팡은 이르면 올해 말 9만명까지 직접 고용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의 미래를 바라본다
쿠팡의 고용창출과 압도적 매출 실적은 김 의장이 리더하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기반돼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히 창립 이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는 압도적이다. 현재 쿠팡은 서울, 경기도는 물론 충청, 전라, 경상권 등 전국에 200여개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쿠팡은 이같은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2027년까지 전국을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만든다는 목표로 내년까지 3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신규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을 앞장선다는 게 쿠팡의 복안이다.
창립 이후 지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신성장동력 창출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쿠팡의 강점이다. 이와 관련 2020년 10월 대만 진출을 시발로 해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지속적으로 모색 중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은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는 쿠팡Inc의 김 의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분야다.
주목 되는 건 쿠팡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는 김 의장의 시선이다. 특히 '해외'와 'AI'가 관련 키워드로 지목됐다.
김 의장은 최근 실적발표 관련 컨퍼러스콜과 언론 등을 통해 "(AI는) 다음 혁신의 물결이 될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앞으로 수 년간 더욱 높은 수준의 성장과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진출한 대만 시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AI를 통한 물류센터의 효율성으로 혁신의 사업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 '새 역사'라는 이정표를 세운 김 의장이 쿠팡을 또 다시 어떤 '전인미답'의 반열에 올려놓을 지 업계와 고객들의 기대와 이목이 모이고 있다.
배충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