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중국 관광객… 고환율도 '직격탄'
여행 트렌드 변화…편의점 등 '반사이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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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 업계가 지난해 역대급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올리브영, 다이소, 편의점 등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관광객 감소와 고환율 등에 면세점은 '직격탄'을 맞은 반면 유적지 탐방, 식도락 등 '실속형'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한 것도 면세점과 일반 상점의 희비를 가른 요인이 됐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 주요 4개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합계는 3000억원에 육박했다.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2022년(1395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3조2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으나 6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224억원의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것이며 코로나19 원년인 2020년(-1275억원) 이후 4년 만의 영업손실이다. 

신세계면세점도 매출은 2조60억원으로 4.7% 늘었지만,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이 9721억원으로 2.6% 감소했으며,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2024년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원에 달해, 연간 1000억원대의 손실이 예상된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환율로 인한 판매 부진,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수수료 부담,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 그리고 소비심리 위축 및 경기 침체가 꼽혔다. 특히 중국 단체 관광객의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 한류 열풍으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 시장이 호황을 누렸으나, 2017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의 한국 여행 제한 조치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

여행 트렌드의 변화도 면세점 업계에 악재로 작용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중 개별 여행객의 비중은 2019년 77.1%에서 지난해 3분기 85%로 상승한 반면, 단체여행은 2019년 15.1%에서 지난해 9.2%로 낮아졌다.

관광객들의 여행 목적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쇼핑 목적의 관광객은 줄어든 반면, 식도락, 자연경관, 유적지 방문, 촬영지 방문 등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객이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단순한 쇼핑에서 한국의 문화와 일상을 경험하는 '순수 관광'으로 옮겨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트렌드 변화는 면세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면세점 이용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2.6% 증가했으나 매출액은 22.4%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도 면세점 이용객 수는 전년 대비 19% 늘었지만 매출액은 10% 감소했다. 이는 관광객 수의 증가가 반드시 면세점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대신 다이소, 편의점, 올리브영 등 일반 상점에서의 외국인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GS25와 CU 등 주요 편의점의 2024년 상반기 외국인 결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9.9%, 150.0% 증가했으며,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외국인 매출 비율 또한 꾸준히 증가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면세점 업황의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상승해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1480원을 넘어섰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1500원에 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고환율 상황은 면세점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인천국제공항의 임시 매장 운영이 종료되고 정규 매장으로 전환됨에 따라 임대료 부담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각각 연간 4000억원 이상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세점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관광객 매출 비중을 높이는 사업 구조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 또한 단독·차별화 상품을 개발하거나 팝업스토어를 열어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에는 객단가가 높은 명품 매장을 차례로 입점시키는 등 점진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계 특성상 단기간에 업황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익 확보를 위해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 관광객 매출 비중을 높이는 사업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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