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신흥시장지수 실제 PER이 예상 PER 밑돌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일각선 '강세장 신호' 풀이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흥국 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신호를 보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31일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순이익 감소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흥국증시 실제-예상 PER 역전...암울한 실적전망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증시 대표 지수인 MSCI신흥시장지수의 12개월 순익 추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향후 12개월 추정 순익 기준 PER 아래로 떨어졌다. 통신은 애널리스트들이 지수에 편입된 신흥시장 대표 기업들의 순익 감소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이먼 퀸자노-에반스 젬코프캐피털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이 지나치게 빨리 상승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며 "우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시장의 순익 추정치가 다시 늘어나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을 지지하는 강경파)적 태도가 진정되고, 달러(강세)가 진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달러 강세 등이 신흥국 증시 전망을 흐리고 있다는 얘기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최신 투자노트에서 달러 강세가 곧 정점에 도달하면 신흥시장 기업들에 대한 실적 전망이 급개선되겠지만, 달러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료=인베스팅닷컴
자료=인베스팅닷컴

◇MSCI신흥시장지수 올 들어 31%↓...PER 역전 왜?

PER은 주가를 주당순익(EPS)로 나눈 값이다. 보통 미래 순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삼은 예상 PER은 과거 순익 추이를 반영한 실제 PER보다 낮기 마련이다. 순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PER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명목 가치로 순익이 늘지 않아도 인플레이션이 반영돼 미래 순익 추정치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신흥국 증시의 PER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엔 시장 비관론이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MSCI신흥시장지수 편입 기업들의 평균 순익 전망치를 16% 가까이 하향 조정했다. 실제로는 아직 3.8%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실제 PER이 9.55배로 예상 PER(10.1배)을 밑돌게 됐다.

해스나인 말릭 텔리메르 전략가는 "신흥시장의 순익 전망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글로벌 수요와 투입비용 인플레이션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기업들의 투입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미약한 수요 탓에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기도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바람에 MSCI신흥시장지수는 올 들어 31% 추락했다. 18% 하락에 그친 선진국 증시보다 훨씬 저조한 성적이다.   


◇2008년 10월 데자뷔...신흥국 증시 바닥 다지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신흥국 증시에서 나타난 PER 역전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건 2008년 10월이다. 같은 해 9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직후다. 

신흥국 증시는 이후 5개월간 불안한 장세를 보였지만, 이듬해 3월 150% 넘게 오르는 랠리에 나서 2011년 5월까지 강세장을 지속했다. 이번 PER 역전이 바닥을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비관론을 부추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연준이 나서 대규모 통화부양에 나섰지만, 지금은 통화긴축 공세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증시 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말콤 도슨 미래에셋글로벌인베스트먼트 뉴욕 주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금은 2008년과 매우 다르다"며 "2008년에는 소재와 에너지가 MSCI신흥시장지수의 30% 가까이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이 전보다 훨씬 더 다각화한 상태인 만큼 금리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