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잭슨홀 매파 발언...美국채금리 급등 후폭풍 촉각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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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에서 기술주가 다시 금리 위협에 직면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 26일 잭슨홀미팅 연설에서 전보다 강한 매파(통화정책 강경파) 본색을 드러내면서다.

그는 당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바람에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는 기술주 간판지수인 나스닥100이 4% 넘게 급락했다. 이로써 주간 낙폭은 4.82%로 지난 6월 이후 가장 컸다. 6월은 지수가 1년여만에 저점을 찍으며 나스닥시장이 약세장으로 기울었던 때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에서 정보기술(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28%로 가장 높다. 기술주가 타격을 입으면 시장 전체가 위험해진다.


◇기술주 vs 美국채금리...파월 매파 메시지 '새 국면'

블룸버그는 29일 파월 의장의 매파 메시지가 미국 기술주와 미국 국채 수익률(금리)의 끝없는 싸움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올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반등세에 기대 대형 기술주(빅테크)에 다시 몰린 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술주의 장기 전망을 낙관하는 이들조차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의 추가 손실 위험을 예상하고 있다. 세계적인 고물가를 감안하면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위협을 실행에 옮길 게 뻔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기술주로 대표되는 고성장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 기대감이 크다. 미래에 벌 기대 수익이 현재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주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다. 금리가 오르면 해당 기업들의 기대 수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높아져 주가에 악재가 된다.

연준의 매파 본색은 이미 이달 들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을 촉발했다. 8월 들어 2.6%에서 3.0% 선으로 올랐다. 이 여파로 반등세를 보였던 기술주를 비롯한 성장주들이 투매 압력에 직면했다.

나스닥100지수(파랑, 왼쪽)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 / 자료=FRED
나스닥100지수(파랑, 왼쪽)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 / 자료=FRED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급등 우려...3.5% 시험대

비관적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 6월의 3.5% 수준에서 시험대에 오르거나 4%까지 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지난 약세장 바닥에서 20% 넘게 반등한 증시가 다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낸시 텐글러 래퍼텐글러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만약 수익률(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이 3.5%까지 다시 급등하면 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며 "특히 기술주에 큰 고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에 이르면 증시 전체가 재조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봤다.

션 선 쏜버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금리인상 공세를 강화하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3.5%에 이르러 기술주에는 고통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는 "투자자들은 (연준의) 비둘기파(통화정책 온건파) 전환에 매달려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전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른 건 확실하지만, 연준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려면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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