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 '약세장 탈출·강세장 진입' 논란
전문가들 "현재 투자심리, 주가향방 주목해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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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증시가 요몇주 반등세를 지속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도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장을 짓누르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마침내 정점을 지났다는 낙관론도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최근 장세 규정을 놓고 이견을 다투고 있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주간 기준으로 4주 연속 올라 지난 6월 저점에서 15%가량 반등했다. 다우지수는 지난주 3주 만에 주간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6월 저점에서는 약 12%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같은 달 저점에서 무려 20% 반등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기업, 특히 기술대기업들이 예상보다 나은 분기실적을 내놓은 데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최악은 지났다'는 데 대한 베팅을 자극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약세장' 벗어났다고?...새 '강세장' 진입?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 나스닥을 끝으로 모두 산술적으로는 '약세장'(bear market)에서 벗어났다. 보통 약세장은 자산가격이 전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하는 경우를 뜻한다. 강세장은 그 반대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나스닥지수는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한 셈이다. 비스포크그룹이 11일(현지시간) 오전 낸 투자노트에서 나스닥지수가 약세장에서 벗어나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선언한 근거다. 

나스닥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나스닥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로이터는 다만 월가에서는 단순히 자산가격의 하락 추세를 약세장, 상승 추세를 강세장이라고 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표 영어사전인 메리엄웹스터도 강세장을 '증권이나 상품(원자재)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시장'이라고 정의한다. 

나스닥지수는 전 저점에서 20% 반등했지만,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점에서는 21%나 밀려나 있다. 약세장 탈출은 몰라도, 나스닥지수의 강세장 진입 선언에 힘을 주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공식 웹사이트에서 강세장을 '주가가 오르고 시장심리가 긍정적일 때'라며 '일반적으로 강세장은 광범위한 시장지수가 최소 2개월에 걸쳐 20% 이상 상승하는 경우 일어난다'고 규정해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세장 정의 /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웹사이트 캡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강세장 정의 / 사진=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웹사이트 캡처

S&P500지수와 다우지수를 내는 S&P다우존스지수의 강세장 정의는 더 까다롭다. 하워드 실버블랫 S&P다우존스지수 선임 지수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시장지수가 전 고점에서 20% 이상 떨어진 저점에서 20% 반등했더라도 전 고점에 이르지 못했다면 '약세장 강세 랠리'(bull rally in a bear market)에 불과하다.


◇금융위기의 악몽...4년 만에 깨달은 강세장

시장 전문가들은 시장 주기를 가늠할 때 너무 뒤를 돌아보기만 할 게 아니라 현재의 투자심리와 미래 주가 향방에 더 관심을 기울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주가 등락 속도, 투자심리 변곡점, 단기 악재가 될 수 있는 변수 등에 주목하라는 지적이 나온다.

S&P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새로운 강세장을 확신할 수 있는 순간은 신고점에 도달했을 때뿐이다. 그 때라야 비로소 전 저점을 약세장의 끝이자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S&P500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S&P500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되짚어 보면 무슨 얘기인지 알기 쉽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본격화한 금융위기 때 급락했던 S&P500지수는 같은 해 11월 저점에서 20% 넘게 반등했다. 투자자들은 환호했지만, 곧 다시 고꾸라진 지수는 이듬해 3월 저점까지 28% 추락했다. 지수는 2013년 3월에야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그제야 새로운 강세장이 4년 전인 2009년 3월 시작됐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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