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PCE인플레이션 둔화 뉴욕증시 상승
과잉저축발 개인소비 증가세 역풍 우려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비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중계화면.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비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자회견 중계화면.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가 27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하며 모처럼 주간 기준 오름세로 돌아섰다.

다우지수는 이날 1.8%, 주간으로는 6.2% 뛰었다. 이로써 지수는 1923년 이후 최장 기간 이어진 주간 하락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간 기준으로 지수가 오른 건 9주 만이다.

S&P500은 이날 2.5%, 한 주 전체로는 6.5% 뛰었다. 나스닥지수는 각각 3.3%, 6.8% 올랐다. S&P500, 나스닥 모두 주간 기준으로 8주 만에 상승세를 회복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누그러졌으며, 미국 경제의 핵심 기반인 소비가 탄탄해지고 있음을 보여준 개인소비지출(PCE) 관련 지표가 호재로 작용했다.

다우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다우지수 추이 /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연준 최애 물가지표 후퇴...소비지표도 개선

이날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지난달 근원 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4.9% 올랐다. 전달(5.2%)보다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월간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0.3%로 역시 시장 예상치를 충족했다.

근원 PCE 물가지수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그만큼 연준의 통화정책 향방에 민감한 시장에서도 특히 눈여겨 보는 지표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면 연준이 금리인상을 비롯한 통화긴축의 속도를 늦추리라는 기대가 크다.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 / 자료=FRED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변동률 추이(전년동기대비 %) / 자료=FRED

BEA가 이날 함께 발표한 지난달 개인소비지출은 전월대비 0.9%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3월 0.1% 감소했던 데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장 예상보다 증가폭이 0.2%포인트 더 컸다. 가파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월가에서는 이 분위기가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실제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인플레이션 가속에 의한 소비 둔화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월트디즈니(3.51%), 아메리칸익스프레스(2.61%), 나이키(2.66%) 등 소비 관련주의 강세가 돋보였다. 

미국 장기 금리 하락에 힘입어 애플(4.08%), 마이크로소프트(2.76%) 등 그동안 금리 상승 압력에 시달렸던 기술주도 크게 올랐다.


◇3조달러 '팬데믹 과잉저축' 풀린다 

미국 가계예금잔고 추이(백만달러) / 자료=FRED
미국 가계예금잔고 추이(백만달러) / 자료=FRED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에서 지난달 개인소비지출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한창일 때 역대 최대로 불어난 저축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가계예금 잔고는 2021년 말 3조9000억달러로 2년 새 약 3조달러나 늘었다. 프랑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의 과잉저축이 쌓인 셈이다. 

저축이 급증한 건 미국인들이 외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출을 줄인 탓이다. 미국 정부가 팬데믹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쓴 대규모 재정지원정책도 저축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 미국에서는 전체 가구의 85%가 1인당 1400달러를 직접 지원받았다.

이 결과, 개인의 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률은 팬데믹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33.8%까지 치솟았다. 저축률은 한동안 역대 최고 수준에서 고공행진하다가 지난해 말에야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달에는 4.4%까지 떨어졌다. 경제 재개와 함께 과잉저축이 본격적으로 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최근 카드 지불이 늘어나면서 차입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소비 증가세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개인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 / 자료=FRED
미국 개인저축률(가처분소득 대비 %) / 자료=FRED

◇과잉저축발 소비 증가 역풍 우려

일각에서는 과잉저축에 의한 이례적인 소비 증가세가 몰고 올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름을 맞아 본격화할 과잉저축발 소비가 자칫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연준이 이에 맞서 통화긴축 강도 높이면 소비가 다시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연준은 수십년 만에 최고 수준인 인플레이션에 맞서 강력한 대응을 벼르고 있다.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폭을 평소의 두 배로 키운 건 2000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FOMC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 참석자들은 대개 연준이 오는 6월과 7월 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0.50%포인트씩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김신회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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