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지수, 4월 13% 추락...'리먼사태급' 낙폭
금리상승, 경기악화 우려에 매출 성장세 둔화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가 29일(현지시간)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 가속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한창인 가운데 특히 고평가된 기술주에 투매 압력이 집중됐다. 주요 기술대기업(빅테크)들의 실적 부진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77%(939.18포인트) 내린 3만2977.21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한때 낙폭이 1000포인트를 넘었다. 이로써 지수는 4월 한 달간 약 5% 떨어졌다. 다우지수가 4월에 하락한 건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뉴욕증시에서 4월은 연중 성적이 가장 좋은 달로 꼽힌다.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은 이날 1.75% 내려 월간 낙폭이 9%에 이른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지수는 3대 지수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냈다. 지수는 이날만 4.17% 하락하는 등 4월 들어 약 13% 추락했다. 월간 기준으로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난 2008년 9월(약 12%)보다 크고, 같은 해 10월(약 18% 하락) 이후로는 최대 낙폭이다. 이날 올해 최대폭 떨어진 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밀려났다. 

나스닥지수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나스닥지수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개별 종목 가운데는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이 14% 하락하는 등 4월에 약 24% 내렸다. 아마존은 지난 1분기에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데다 매출마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날 4% 가까이 하락했다. 월간으로는 18% 내렸다. 알파벳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발표했다. 

메타플랫폼스(페이스북)는 이날 2.6%, 4월 들어 10% 가까이 떨어졌다. 이 회사는 1분기에 기대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매출은 사상 처음 한 자릿수(7%)에 그쳤다. 테슬라도 월간 19%가량 하락했다.


◇美기술주 추락 왜?...매출성장 둔화에 통화긴축 압박까지 

월가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렸던 빅테크들 사이에서 매출 성장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반적인 소비행동이 변하고 있는 가운데,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고객 쟁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매출 성장세가 계속 둔화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기업들의 주가 수준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지기 쉽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FRED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FRED

연준의 통화긴축 공세도 빅테크의 주가 수준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연준은 오는 5월 3~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고, 양적완화로 불린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통화긴축 압력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평소의 두 배인 0.50%포인트 올린 건 2000년이 마지막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과 7월 FOMC에서도 0.50%포인트의 금리인상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금리인상 폭이 0.75%포인트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 전망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2.93%로 전날보다 약 0.1%포인트 올랐다. 4월 상승폭이 약 0.6%포인트로 3월보다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다.

급격한 금리상승은 그 자체로도 고평가된 기술주에 부담이 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공세가 경기침체를 일으킬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미국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자료=FRED
미국 성장률 추이(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자료=FRED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전날 1분기 성장률을 -1.4%(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로 발표하면서 경기악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분위기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6.9%, 1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1.1%였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경기악화와 시장불안 등을 우려해 통화긴축 기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미국 노무라 증권의 아메미야 아이치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준의 통화긴축 완화 가능성을 "현재로선 '제로'"라고 봤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 낙폭이 며칠 새 10%를 넘어서거나, 미국 채권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돼 금리가 극도로 불안정하게 움직이지 않는 한 연준이 통화긴축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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