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빅4' 플랫폼 거래액 5억달러 돌파...올해 10억달러 이를 듯

#미국 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코인) 투자회사인 리퍼블릭렐름(Republic Realm)은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인 샌드박스(Sandbox)를 통해 430만달러(약 52억원)어치의 땅을 사들였다.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리퍼블릭렐름은 샌드박스 플랫폼에 있는 이 공간에서 '판타지 아일랜즈'(Fantasy Islands)라고 하는 100개의 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각 섬은 다양한 형태의 개별 빌라가 들어선 개인 전용 섬이 된다. 보트·제트스키 등도 즐길 수 있다.

분양 첫날 90개 섬이 각각 1만5000달러(약 1800만원)에 팔렸고, 이 중 일부는 10만달러가 넘는 가격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

리퍼블릭렐름의 판타지아일랜즈/동영상=리퍼블릭렐름 유튜브 계정


인터넷상의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에서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차세대 인터넷환경(웹3)의 핵심 기반 가운데 하나인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지만, 메타버스 부동산 판매가 피라미드 사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샌드박스·디센트럴랜드가 시장 장악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는 샌드박스 같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 10여곳이 메타버스 부동산을 팔고 있는데, '빅4'라고 불리는 4대 플랫폼이 대세다. 업계 최대인 샌드박스와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크립토복셀스(Cryptovoxels), 솜니엄(Somnium) 등이다. 

이들 플랫폼은 가상공간의 부동산을 '파슬'(parcel·구획) 단위로 판다. 4대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파슬은 총 26만8645개다. 샌드박스가 전체의 62%인 16만6464개를, 디센트럴이 9만600개를 갖고 있다. 사실상 두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1파슬의 크기는 플랫폼마다 다르다. 샌드박스는 96㎡, 디센트럴랜드는 16㎡다. 지난해 12월 샌드박스에서는 1파슬이 1만2700달러(약 1500만원), 디센트럴랜드에서는 1만4440달러에 상당하는 이더리움에 팔렸다.

샌드박스 플랫폼 내 부동산 지도/사진=샌드박스 웹사이트 캡처
샌드박스 플랫폼 내 부동산 지도/사진=샌드박스 웹사이트 캡처

◇2028년까지 연평균 31% 성장 전망

메타버스 정보업체인 메타메트릭솔루션스에 따르면 지난해 4대 플랫폼에서는 총 5억100만달러(약 6060억원)어치의 부동산이 거래됐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10월 말 사명을 '메타플랫폼스'로 바꾼 게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거래액이 1억3300만달러로 전달보다 9배 가까이 늘었다. 

메타메트릭솔루션은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액이 올해는 10억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 1월에만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8500만달러어치의 부동산 거래가 있었다는 것이다. 

브랜드이센스마켓리서치는 메타버스 부동산시장이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3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순간이동' 되는데" vs "그래도 '입지'" 

제닌 요리오 리퍼블릭렐름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에 대해 "리스크(위험)가 크지만, 잠재적인 보상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메타버스에 있는 땅의 가치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현실세계에서 중시하는 입지보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특징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판타지 아일랜즈'같은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요리오는 "(가상공간에서는) 어디든 순간이동이 가능한 만큼 입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상세계에서도 부동산은 결국 입지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예로 샌드박스에서는 랩퍼 스눕독이 개발을 추진 중인 곳 인근 파슬에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지난해 12월 파슬 하나가 45만달러에 팔린 바 있다. 


◇무한 확장 가능...'피라미드 사기' 비판도

캐나다 디지털자산 투자업체인 토큰스닷컴은 지난해 11월 메타버스 부동산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을 통해 1600만달러를 마련했다. 최근 이 가운데 240만달러를 들여 디센트럴랜드의 패션지구에 있는 땅을 샀다. 패션 관련 행사와 소매 매장을 계획하고 있는 공간으로, 북미지역 의류 브랜드 두 곳과 관련 계약을 곧 맺을 것이라고 한다.

앤드류 키구엘 토큰스닷컴 CEO는 메타버스 부동산의 투자가치는 결국 상업성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젊은 디지털세대를 상대로 한 광고나 이벤트 장소로 메타버스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토큰스닷컴은 솔니엄 플랫폼에 있는 해안가 부동산 12건도 매입했다. 키구엘은 희소성과 시각적 매력이 투자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반면 메타버스 부동산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 코드로 만든 메타버스 부동산은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도 무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희소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샌드박스는 파슬을 늘려 플랫폼 내 부동산을 키웠다.

에드워드 캐스트로노바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는 "메타버스 부동산 판매는 대개 피라미드 사기로, 20년도 더 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터넷 스타트업들에 메타버스는 '엘도라도'(상상 속의 황금나라)"라며 "엘도라도를 찾아 정글로 들어가 죽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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