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암호화폐는 새 서브프라임"...'묻지마 투자' 경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가 암호화폐시장의 변동성을 2000년대 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시장 위기에 빚댔다.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 속에 비롯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불씨가 됐다.
크루그먼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쓴 글(How Crypto Became the New Subprime)에서 암호화폐와 미국 서브프라임 붕괴 사이에는 불편한 유사점이 있다며, "15년 전 서브프라임 붕괴의 충격적인 반복이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동산시장 호황에 취한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아 부실 위험이 큰 이들에게 모기지 대출을 남발하면서 불거졌다. 집값이 치솟는 가운데 금리는 매우 낮아 은행들은 위험을 감수하며 주택대출상품을 팔기 바빴다.
대출자들은 자신이 받는 대출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서브프라임 덫에 빠져들었다.
문제는 주택시장 호황이 저물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불거졌다. 저신용자들은 대출 상환 불능 상태가 돼 집을 압류당하기 일쑤였고, 은행들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했다.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을 모아 만든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고수익 파생상품을 거래하며 화를 키웠다.
크루그먼은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내제된 위험을 제대로 모른 채 투기적인 파생상품을 거래하고 있는 게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비관론자로 유명한 크루그먼은 앞서 비트코인을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사기에 빚대기도 했다.
그는 이날 칼럼에서 "많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자신들이 어디로 들어서는지 잘 몰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해 보이는 암호화폐의 엄청난 가격 변동성은 자산군 가운데 최고라고 지적했다. 암호화폐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가 뭔지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묻지마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크루그먼은 암호화폐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수가 그럴 만큼 크지 않다"며 시스템 리스크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암호화폐시장 시가총액은 1조7100억달러쯤 된다. 이에 비해 세계은행이 추산한 글로벌 증시 시총은 2020년 기준 약 93조달러에 이른다.
암호화폐시장은 최근 다른 글로벌 금융시장과 함께 부진을 겪고 있다.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압력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대표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3만7000달러 선으로 지난해 11월 6만9000달러에 달했던 사상 최고치에서 46%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정점 때 암호화폐 시총은 3조달러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