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종식 가능성에 베팅...금융시장 곳곳서 '정상화' 신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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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단어는 정상화(normalization)다."

크리스토퍼 하비 웰스파고 주식 전략 책임자가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를 통해 한 말이다. 그는 소비, 리스크(위험), 밸류에이션 등 전반에 걸친 정상화를 기대했다. 

블룸버그는 하비를 비롯한 미국 월가의 트레이더들이 세계 경제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장악력에서 벗어나 정상화를 향해 갈 것이라는 데 새로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팬데믹 승부 역전...금융시장 곳곳서 정상화 신호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에서 팬데믹 사태가 한창일 때의 승자가 패자로, 패자가 승자로 돌변하고 있는 게 정상화의 한 방증이라고 본다. 최근 뉴욕증시 간판지수인 S&P500의 업종지수를 보면, 팬데믹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데니리서치에 따르면 팬데믹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정보기술(IT)과 통신서비스, 헬스케어업종지수는 올 들어 이날까지 각각 8.4%, 4.3%, 6.7% 떨어졌다. 반면 에너지는 16.1%, 금융은 0.4%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전날 발표한 월례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조사 결과에도 이런 움직임이 반영됐다. 기술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는 응답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가장 적게 나왔다. 대신 경기회복기 수혜가 기대되는 은행, 에너지업종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이 바람에 뉴욕증시 기술주 중심 지수인 나스닥은 이날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에서 10% 넘게 하락하며 조정장에 진입했다. 

S&P500지수 에너지업종지수(파랑)-정보기술(IT)업종지수 최근 1년 변동 추이(에너지 49.02%, IT 23.29%)/자료=S&P다우존스지수 웹사이트
S&P500지수 에너지업종지수(파랑)-정보기술(IT)업종지수 최근 1년 변동 추이(에너지 49.02%, IT 23.29%)/자료=S&P다우존스지수 웹사이트

블룸버그는 상품(원자재)시장이 랠리를 펼치고 있는 것도 투자와 소비 사이클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을 전제로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가격이 올 3분기에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주요국 국채 금리가 급반등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특히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가 이날 2019년 5월 이후 처음 '플러스'로 돌아선 데 주목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유례없는 통화완화 조치에서 비롯된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왜곡상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리가 마이너스인 글로벌 채권 물량은 약 9조1000억달러어치로 2020년 정점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크레이그 얼램 오안다코프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팬데믹 사태) 종착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낙관론이 커지고 있고, 이는 시장 전반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쓰자와 나카 노무라 전략가도 "우리는 시장참가자들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수 감소나 코로나19 사망률 하락의 결과로 팬데믹 종식 가능성에 관심을 돌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거들었다.


◇현금비중 확대...실적악화·연준 금리인상 등 경계론도 

물론 낙관론만 있는 건 아니다. BofA의 월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의 비중확대 포지션은 주식(55%) 다음으로 현금(33%)에 쏠렸다.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얘기다.

미국 투자리서치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 둔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긴축이 맞물려 증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주식에 대한 비중축소를 권했다.

최근 주식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내던지고 은행·에너지주로 몰리고 있는 건 팬데믹 종식 기대감보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감 탓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안다코프의 얼램은 "시장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요소는 매우 많다"며 팬데믹 종식 기대가 주요인이기는 하지만, 전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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