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BofA 설문조사서 기술주 거품 우려 고조
고금리 압박 수익 못 내는 기술기업에 타격 집중될 듯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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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주를 둘러싼 거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월례 설문조사에 응한 시장참가자 절반가량이 미국 기술주에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유력 펀드매니저들은 기술주 투자 비중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1월 글로벌마켓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미국 기술주가 거품 상태에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9%가 '그렇다'고 답했다. 거품이 아니라고 본 이는 39%, '모른다'고 답한 이는 12%였다.

기술주 거품 우려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부쩍 더 고조되고 있다. 성장주를 대표하는 기술주는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 환경에서 수혜를 톡톡히 봤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움직임에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뉴욕증시의 기술주 중심 지수인 나스닥은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점에서 이날까지 9.7% 추락했다. 보통 자산가격이 전고점 대비 10% 이상이면 떨어지면 '조정'(correction) 국면,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bear market)에 돌입했다고 본다.

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2개월 째 신고점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긴 신기록 가뭄이다. 나스닥지수는 이날 역대 3번째로 긴 439일간의 200일 이동평균선 상회 행진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나스닥지수(파랑, 오른쪽)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나스닥지수(파랑, 오른쪽)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BofA의 1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는 기술업종에 대한 순자산배분율이 1%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자산 가격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거품이 언제 터질지 타이밍을 잡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이체방크 설문조사 결과에는 지난해 3월부터 미국 기술주에 대한 거품 우려가 반영됐지만, 나스닥지수는 오름세를 거듭했다. 

줄리 비엘 케인앤더슨루드닉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이날 블룸버그TV에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고, 이는 모든 이들의 결정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마 샤 프린시펄글로벌인베스터스 수석 전략가는 "최근 채권금리 상승으로 기술주가 부수적 피해를 입었다"며 재무제표가 탄탄하고 가격결정력이 있는 회사라면 더 오를 여지가 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술기업은 계속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저금리 환경에서는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해도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투자 수요를 자극하지만, 고금리 환경에서는 미래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과 배당 등의 현재 가치가 떨어져 투자 매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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