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월간 300억달러 증액, 내년 3월 종료...내년 3회 금리인상 예고
인플레이션 '일시적' 문구 삭제...고인플레이션 강력 대응 '매파' 급전환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모니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회견이 생중계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내년 3월 끝낸다는 방침 아래 내년에만 총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거침없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연준이 수년 만에 가장 강력한 매파(강경파) 성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통화긴축 가속을 결정했다. 

연준이 강력한 매파(강경파) 성향을 드러냈지만,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급등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테이퍼링 내년 3월 종료, 금리인상 내년에만 3회

연준은 우선 테이퍼링 종료 시기를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연준은 팬데믹 국면에서 국채 800억달러, 모기지담보부증권(MBS) 400억달러 등 매월 12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실시해왔다. 

지난달 FOMC에서 월간 자산매입액을 150억달러씩 줄이기로 했는데, 내년 1월부터는 테이퍼링 규모를 월간 3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테이퍼링 종료 시기가 내년 6월에서 3월로 당겨진다. 사실상 이때부터 금리인상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테이퍼링 종료 시기를 앞당긴 건 금리인상 여지를 벌기 위한 조치다.

연준은 금리인상 속도와 폭도 당초 예상보다 높여 잡았다.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는 내년 3회(중간값 기준, 1회당 0.25%포인트), 2023년 3회, 2024년 2회 등 총 8번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9월 점도표에는 내년 0.5회를 비롯해 2024년까지 모두 6.5회의 금리인상 전망이 담겼다.

2024년 말이면 현재 0~0.25%인 기준금리가 최고 2.10%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을 담은 점도표/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인상 시기와 관련해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한동안 2%를 웃돌면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도달할 때까지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완전고용 달성이 금리인상의 조건이 되는 셈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내년에 고용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인플레이션이 확산하면 연준이 완전고용 달성 이전이라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고 봤다.

◇최악의 판단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문구 삭제

연준이 이날 회의 뒤에 발표한 성명에서 가장 주목할 건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입장을 대표했던 '일시적인'(transitory)라는 문구가 빠졌다는 점이다.

연준이 상당기간 고수한 이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난 건 지난달 FOMC 회의부터다. 연준은 당시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인 요인을 널리 반영하고 있다"에서 "일시적으로 전망되는 요인을 널리 반영하고 있다"고 문구를 수정했다. 이번에는 '일시적'이라는 문구를 아예 뺐다.  

대신 "팬데믹과 경제재개와 관련한 공급·수요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연준이 고인플레이션을 설명할 때 써온 '일시적'이라는 말을 그만 써야 할 때가 됐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협을 연준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는 데 대한 반발이 컸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최근 CBS와 한 회견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보는 건 역사상 최악의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주요 경제지표 전망/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주요 경제지표 전망/자료=미국 연방준비제도

◇인플레이션 '인내심' 대신 '패닉' 드러내 

다이앤 스원크 그랜트손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블룸버그에 "FOMC 위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에 대해) 인내심보다 패닉이 좀 더 크다는 걸 보여준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쫓는 건 수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기는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끝물이었던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이번 행보가 수년만에 가장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이 팬데믹 국면에서 취한 통화완화 기조가 연준 역사상 가장 비둘기파(온건파)다운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극적인 변화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FOMC 위원들이 시장에 크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있어 매우 심각하며, 금리를 더 빨리, 더 높이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밖에 FOMC 위원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높여 잡았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는 5.9%에서 5.5%로 하향조정됐다. 내년은 4.0%, 2023년 2.2%, 2024년 2.0% 등이다. 2024년만 빼고 모두 지난 9월 전망치를 밑돈다.

연준이 물가지표로 가장 선호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 올해 전망치는 3.7%에서 4.4%로 상향조정됐다. 다만 내년에는 2.7%, 2023년 2.3%, 2024년 2.1% 등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업률은 올해 4.3%(9월 전망치 4.8%)에서 내년에는 3.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4.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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