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만 약 6조원...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 경신
탈석유개혁 자금수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도 매력
이슬람채권, 이른바 '스쿠크'(sukuk) 시장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ESG 기준에 맞도록 투자를 제한하는 스쿠크 발행액이 올해 1~9월만 약 50억달러(약 6조원)로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스쿠크는 이자를 금지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채권자들에게 자산 투자 수익을 현금으로 지급한다. 이슬람 율법학자들이 돼지고기와 술, 담배, 무기 등의 사용이나 거래, 투기행위와 무관한지 심사를 통해 확인한 뒤에야 발행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친환경 프로젝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그린본드', 빈곤이나 빈부격차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는 '소셜본드' 등을 아우르는 이슬람 ESG 채권 발행액이 지난 1~9월 49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해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액이라고 한다.
이슬람 ESG 채권 발행액은 2017년 이후 연간 80%씩 성장, 2017년 1%도 안 됐던 비중이 올해 5%로 높아졌다.
이슬람개발은행은 지난 3월 역대 최대인 25억달러어치의 ESG 스쿠크를 발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도 올해 말 이슬람 ESG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스쿠크시장에서 ESG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건 우선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지역 주요국들이 탈석유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수입에 의존하던 세수·경제구조를 뜯어고쳐야 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탈석유 경제구조개혁안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060년 '넷제로'(탄소중립)를 선언했다. 그때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태양광발전설비 등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 가능한 일이다.
이슬람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지역에서도 ESG 스쿠크 발행이 한창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4월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 책임을 명분으로 내세워 16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발행했다. 세계 최초의 이슬람 지속가능 국채다. 빈곤문제와 교육격차 해소,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위한 자금조달에 당초 예상치의 6배가 넘는 이들이 몰렸다. 절반은 구미 등 아시아 이외 지역의 투자자들이었다고 한다.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도 ESG 스쿠크의 매력이다. S&P다우존스에 따르면 투자적격등급 이슬람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1.88%로 글로벌 투자적격등급 채권의 1.26%를 훌쩍 넘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