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새롭게 떠오르는 자동차 시장입니다. 아직 시장이 작지만 인구가 많고, 공유 시장도 발전의 여지가 많습니다."
지난 2019년 9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자율주행 기술 업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아프리카 진출 확대를 예고한 발언이었다.
현대차는 이후 실제로 아프리카 공략에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단순한 판매법인을 넘어 현지 업체와의 협력으로 조립공장을 속속 설립했다. 54개국, 12억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검은 대륙 진출 속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전기차를 현지에서 생산하며 아프리카 자동차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동부와 서부로 나눠 공략하고 있다. 각각 거점 국가에 조립 공장을 세워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가장 먼저 현대차 조립 공장이 설립된 나라는 동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2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자동차 조립 공장을 설립했다. 에티오피아의 유명 장거리 육상선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와 합작 설립한 '마라톤 모터 엔지니어링'을 통해 트럭 등 상용차를 생산했다.
최근 마라톤 모터 엔지니어링은 현대차의 전기차 세단 모델인 '아이오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에티오피아 아래쪽에 있는 케냐도 현대차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는 포르투갈 업체 카에타노와 함께 올해부터 전기차 코나EV(2022년형) 현지 판매를 시작했다. 수요가 많아 차량을 인도받기까지 3개월이 걸린다.
현대차는 기아와 지난 4월 아프리카 대륙 서쪽 가나 정부와 자동차 조립 공장 2곳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직 정확한 생산 규모나 차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년 말쯤 완공되면 아프리카 서부의 현대차그룹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이미 전기차 코나EV를 앞세워 가나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팔리는 현대차 코나EV를 만드는 곳은 대륙 중서부의 나이지리아에 있다. 현지 자동차 기업인 스탤리온그룹과 현대차가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에서 운영하는 조립 공장이다. 스탤리온그룹은 지난 2013년쯤부터 현대차 상용차를 조립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전기차 등으로 차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친환경 에너지 전문매체 클린테크니카는 "현대차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소개하려는 유일한 자동차 업체"라며 "다른 완성차 업체는 여전히 관망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