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급망 위기가 다국적기업들이 주도해온 세계화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국경을 넘나들던 공급망이 지역단위로 쪼개지기 쉽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경제의 강력한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국제무역이 뒷걸음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적인 물류기업인 미국 UPS에서 해외시장을 담당하는 스콧 프라이스 UPS인터내셔널 사장은 "많은 기업들이 우리에게 '제조와 조립을 할 최적의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다"며 "늘어난 공급망에 의존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국적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이 결국 제조와 조립, 이에 따른 공급망을 지역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가 의약품,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자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필수재에 대한 리쇼어링(국내복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망 위기는 최근 자동차, 컴퓨터, 가구 등 전 산업분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경기침체로 한동안 제동이 걸렸던 공급은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 사이 항공, 해운 운임은 역대급 상승세를 띠며 공급난을 부추기고 있다.
프라이스는 기업들이 공급망 지역화에 나서는 건 최근 위기 속에 기존 공급망에서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서구권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만들어온 아시아지역 공장들의 현지시장 공급 비중이 5, 10년 새 부쩍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멕시코는 미국시장 조달 비중이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UPS는 500대가 넘는 항공기로 전 세계 220개국을 오가며 물류를 배송한다. 최근의 공급난 위기는 UPS를 비롯한 물류기업에 흔치 않은 기회다. UPS는 지난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50% 가까이 늘어난 33억달러의 영억이익을 기록했다.
공급망 지역화는 UPS 같은 물류기업을 위기로 내몰 수 있지만, 온라인쇼핑이 수익성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