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월 일본 스즈키자동차가 인도에서 출시한 경자동차 왜건R /사진=마루티스즈키
지난 2019년 1월 일본 스즈키자동차가 인도에서 출시한 경자동차 왜건R /사진=마루티스즈키

지난 20~30년간 인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한 것은 일본의 스즈키였다. 1980년대 현지 업체 마루티와의 합작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한 스즈키는 중·소형차를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다. 한때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했으며, 지금도 50% 수준을 유지한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상황이 변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스포츠실용차(SUV), 준중형 세단 등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스즈키 점유율을 잠식했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34.6%로 마루티스즈키(31.5%)를 앞섰다. 

인도에 첫 전기차 투입

절치부심 중인 스즈키는 인도 시장 수성을 위해 전기차를 앞세우기로 했다.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순수전기차 등 100만엔(약 1072만원)대의 저렴한 친환경 자동차를 대거 투입하기로 한 것. '소형 내연기관 자동차 →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 전기차'로 이어지는 제품군을 구성할 계획이다.

스즈키는 일본보다도 먼저 인도에 첫 전기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이미 덴소·도시바와 합작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기존 자동차 생산 공장이 있는 인도 구자라트주(州)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도 건설 중이다. 올해 안에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스즈키는 강력한 우군도 확보했다. 자본 제휴를 맺은 도요타와 전기차 생산뿐만 아니라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 개발도 진행 중이다. 도요타는 시즈오카현 스소노시에 미래형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실험 도시 '우븐시티'(Woven City)를 건설할 정도로 스마트그리드, 충전 등 인프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확대되는 인도 전기차 시장

현재 인도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타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넥슨EV'. /사진=타타자동차
현재 인도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타타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넥슨EV'. /사진=타타자동차

인도 정부가 전기차 산업과 시장 육성에 적극적인 점도 스즈키 전기차 전략에 유리하다. 오는 2027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는 갈수록 심각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고 있다. 다만, 부족한 전력과 전체의 70%에 이르는 석탄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먼저다.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가 철회했을 정도다. 

인도는 안보 측면에서도 전기차 시장을 키워야 한다. 올해 1월 인도 정부가 틱톡 등 중국 응용프로그램 사용을 금지한 것도 민감한 정보 보호를 위해서였다. 전기차 관련 빅데이터를 중국 등에 뺏기지 않으려면 인도도 자국 내 전기차 생산을 늘려야 한다. 또한,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된다. 

발빠른 현대차, 전기차 먼저 출시

현대자동차 엠블럼.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 엠블럼. /사진=현대차그룹

그러나 스즈키의 의도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현대차가 앞으로 3년 안에 소형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며,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처음 생산할 전기차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모델 코나EV보다 조금 작은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이사(판매·마케팅·서비스 담당)는 앞서 지난달 현지 매체 카앤드바이크와의 인터뷰에서 "인도 전기차 시장을 위한 모델을 이미 개발 중"이라며 "2024년 이전에 항속거리와 가격, 공급업체, 충전 인프라 등을 모두 고려해 인도 전기차 시장에 맞는 전략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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