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팬데믹 대응 회사채·ETF 매입분 연내 모두 매각"
시장선 "테이퍼링 논의 위한 시장 반응 테스트일 수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맞서 매입했던 회사채와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에 모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비상대책이 제 역할을 한 만큼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는 통화정책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는데, 시장에서는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신호로 여기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낸 성명에서 지난해 팬데믹 국면에서 매입한 회사채와 ETF를 연말까지 점진적이고 질서정연한 방식으로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에 따른 순이익금은 재무부로 귀속된다.
연준은 이번 조치가 시장 기능에 미칠 잠재적인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대변인은 특히 통화정책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조치로, 통화정책에 대한 신호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일련의 비상대책을 내놨다. 예정에 없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긴급회의를 통해 제로(0)금리 기조로 복귀하고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에 돌입한 게 대표적이다.
이에 더해 연준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시장 지원에도 나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은 카드였다. '세컨더리마켓 기업신용기구'(SMCCF)를 통해 회사채와 화사채를 보유한 ETF를 사들였다. 4월 말 현재 연준은 월풀, 월마트, 비자 같은 대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52억1000만달러어치와 '뱅가드 단기 회사채 ETF' 등 85억6000만달러어치의 ETF를 보유하고 있다.
연준은 성명에서 "SMCCF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동안 대기업들의 신용을 지원하고 고용을 촉진하는 등 시장이 기능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SMCCF가 나름 제 역할을 했으니 그간 매입한 자산을 더 보유하지 않고 매입해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뜻이다.
연준의 회사채·ETF 매입은 이미 지난해 12월 31일자로 중단됐다.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이 프로그램 연장을 거부한 탓이다. SMCCF 운용주체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조만간 회사채와 ETF 매각에 나서기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WSJ는 연준이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삼은 회사채와 ETF는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연준이 양적완화로 매입해온 자산들을 포괄하는 7조3000억달러 규모의 장부상 자산과 별개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현재 매월 1200억달러어치 이상의 국채와 MBS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회사채 매각 조치가 당장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 규모가 약 137억달러로 별로 크지 않은 데다, 최근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있는 등 회사채시장이 충분히 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다만 이번 조치가 테이퍼링 논의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준 인사들이 양적완화를 비롯한 다른 비상조치들을 언제 축소할지를 놓고 이미 논의를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패트릭 리어리 인캐피털 선임 트레이더는 이 신문에 "(연준이) 이번 발표로 그런 논의(다른 비상조치들의 축소를 위한), 궁극적으로는 통화완화 조치의 철폐를 위한 길을 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테스트하는 시도로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