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로빈후드가 증시 '카지노판'으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1일(현지시간) 연례 주주총회에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주식 투자 바람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미국 증시에서 개미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몫을 한 공짜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가 주식시장을 카지노 같은 도박판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 등에 따르면 버핏은 이날 주총에서 "우리는 1989년에 지금처럼 우리 자신을 확신했고 월가도 그랬다"며 그러나 세상은 매우 극적인 방식으로 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89년은 일본의 자산거품이 절정에 달한 해다. 당시 일본 증시의 시가총액은 미국 시총의 1.5배에 달했다. 일본산업은행이 1040억달러에 이르는 최대 시총을 뽐내는 등 역시 일본의 스미토모은행과 엑손, 제너럴일렉트릭(GE), IBM 같은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증시 시총 상위 20위권에 들었다. 지금은 애플, 사우디아람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버핏은 현재 글로벌 증시 분위기를 1989년에 빚댔다. 그러면서 당시 시총 상위 20위권 기업 가운데 단 한 곳도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승승장구하던 미국 증시는 1989년 10월 13일 이른바 '13일의 금요일 미니 크래시(붕괴)'로 무너졌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도 한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월요일이었던 10월 9일 일제히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13일에 다우지수는 6.91%, S&P500 6.12%, 나스닥지수는 3.09% 추락했다.

뉴욕증시 폭락사태는 1990년대 초 미국 경기침체를 알리는 신호가 됐다. 일본에서는 자산거품 붕괴가 본격화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불황이 찾아왔고, 잃어버린 10년은 사실상 '잃어버린 30년'이 돼 여전히 일본 경제를 괴롭히고 있다.

버핏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몸값이 엄청나게 올라도 평등과 인플레이션 관점에서 보면 자본주의는 꽤 잘 작동해왔지만, 자본가들에나 그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별 종목에 투자하기보다 인덱스펀드를 통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버핏은 인덱스펀드 예찬론자로 유명하다.

인덱스펀드는 S&P500 같은 시장 지수(인덱스)를 따르는 펀드다. 특정 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한다는 의미에서 '패시브펀드'라고도 한다. 시장 평균 수준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헤지펀드를 비롯해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펀드'에 비해 수수료가 싸고 안정적인 게 특징이다.

버핏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증시가 폭락한 뒤 로빈후드 등을 통해 증시에 처음 뛰어든 개미들에게도 경고를 보냈다. 개미들이 증시에 열광하고 있지만, 새로 뜨는 성장 산업에서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900년대 초 수많은 회사들이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대개는 자동차산업이 성숙하기 전에 문을 닫거나 자동차 사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미래에 어떤 산업이 대단해질지 판단하기보다 주식 뽑기가 더 성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버크셔는 이날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1분기에 66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세 번째 규모다. 대형 인수합병(M&A)에 뜸을 들이면서 보유 현금이 불어나자 주주환원 요구가 강해지고 있는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버크셔의 보유 현금은 1454억달러로 전 분기 대비 5% 증가했다. 

1분기 손익은 11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497억달러 적자였다. 보유 주식 주가 상승으로 평가 이익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저작권자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