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환 거래 위험준비금 '0'으로 조정.....위안화 단기적 '조정 압박' 예상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나섰다. 이번에는 위안화 절하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빠른 절상세의 힘을 빼기 위함이다. 시장 내부에서는 위안화의 중·장기적 절상 흐름이 이어질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민은행은 지난 10일 낸 문건에서 12일부터 선물환 거래 위험준비금 '20%' 기준을 '0'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위험준비금을 없앤 셈이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위안화 환율이 시장 수급을 기반으로 양방향 변동성을 보여왔고 탄력성이 한층 강해졌으며 시장 전망은 물론 글로벌 자금 유동성도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선물환 거래는 은행이 기업에 제공하는 환위험 헤지(위험회피) 파생상품 중 하나다. 중국은 2015년 '8.11 환율 개혁'에 나선 이후 외환시장이 지나치게 요동치는 것을 막고자 선물환 거래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에 위험준비금을 받고 그 비율은 거래액의 20%로 설정했다.
8.11 환율 개혁은 인민은행이 통화바스켓 환율과 시장 조성자로 지정된 은행 호가를 바탕으로 위안화 환율을 고시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제 시장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전날 종가를 다음날 고시환율에 반영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인민은행이 선물환 위험준비금에 손을 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환율 개혁 이후 공급 측 개혁, 행정 절차 간소화 및 권한 이양, 혁신을 통한 발전전략 등을 추진함에 따라 중국 경제가 점차 조화롭고 안정적인 발전 흐름을 보였고 이에 해외자금 유동성과 외환시장 수급 상황도 균형을 회복, 시장 전망도 이성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에 인민은행은 2017년 9월 위험준비금을 0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2018년 외환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리자 인민은행은 거시경제·금융 리스크를 예방하고 금융기관의 안정적 운영, 거시경제의 신중한 관리 등을 위해 당해 8월 6일을 기점으로 위험준비금을 다시 20%로 조정해 시장 변동성 억제에 나섰다.
그렇다면 인민은행은 왜 지금 다시 위험준비금을 없앤 것일까. 그 뒤에는 최근 지속된 위안화 강세가 있다는 지적이다.
셰야쉬안(謝亞軒) 초상증권 수석 연구원은 "선물환 거래 위험준비금을 없앤 것은 선물환 거래에 대한 규제 강도를 낮춘 것"이라면서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선물환 거래 규제 고삐를 늦춘 것은 외환시장 수급 상황을 반영해 위안화 환율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되게 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밍밍(明明) 중신증권 소속 연구원도 "이번 조치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을 추구하지 않고 환율을 합리적·균형적인 수준으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라면서 "8월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등의 영향으로 달러가 약세를 지속, 위안화의 누적 절상폭이 계속 커지고 있어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1~8일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 후 첫 거래일인 지난 9일 중국 역내외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모두 6.70위안 밑으로 떨어지면서 위안화 가치가 지난해 4월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 1~3분기 역내 위안화의 달러 대비 절상폭이 이미 3.8%에 달한 다. 이는 2008년 초 이후 분기별 최대 절상폭으로 5월 중순을 기준으로 추산하면 위안화 절상폭은 이미 6%에 육박한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최근 금융시장의 위안화 자산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미국의 재정 부양책 시행이 미뤄지고 유럽과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심각해지는 양상을 보이면서 다수의 투자기관이 위안화 자산을 매입해 시장 리스크를 피하려는 분위기다.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지난 9월 달러인덱스가 연내 최저점인 91.75에서 93으로 올라섰지만 그 기간에도 역내외 위안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상승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위안화 자산을 향한 해외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위안화의 세계 외환보유액 중 비중이 1분기 2.02%에서 2.045%로 늘어 총 규모 2304억달러(약 1조5530억원)를 기록, 2016년 4분기 IMF 보고서에서 관련 통계를 낸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중앙국채등기결산공사(CCDC)가 1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9월 해외기관 위안화 채권 위탁관리 규모도 2조5960억5500만위안(약 441조9500억원)으로 8월 대비 1341억위안(약 22조 8300억원) 급증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금융시장의 지속적 개방과 글로벌 자본시장과의 융합, 위안화 해외거래 비중 증가 등에 따라 2030년 위안화의 세계 외환보유액 내 비중이 5~10%에 달해 일본 엔화와 영국 파운드를 뛰어 넘는 세계 3위의 주요 통화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위안화는 달러,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다음의 5위다.
하지만 위안화가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 절상세를 보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최근의 가파른 절상 흐름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이 의견이다.
국내외 시장 환경의 영향은 물론 4분기 달러인덱스 변동성 증가에 따라 위안화 환율도 단기적으로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것. 창강증권은 "국내외 코로나19 확산 정도가 달라 무역 흑자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해외자금 유입 속도를 전반적으로 늦출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리차오(李超) 초상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위안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6.6~6.9위안 구간에 들어서 중간값이 6.75위안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지속적으로 뚜렷한 강세나 약세를 보일 기반도 없어 어느 쪽이든 큰 폭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인민은행이 선물환 위험준비금을 없앴다는 소식이 나온 다음날인 13일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170위안 오른 6.7296위안으로 0.25% 소폭 절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