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청메이뎬·화천자동차·칭화유니 등 디폴트…피치 "내년에도 소폭 늘 듯"

중국 위안화 지폐[사진=픽사베이]
중국 위안화 지폐[사진=픽사베이]

중국 채권시장으로 계속 돈이 몰리고 있지만 회사채시장 리스크(위험)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최고등급(AAA) 국유기업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소식이 이어지면서 기업 재무건전성은 물론 중국 지방정부 등의 재정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등은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으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큰 문제는 없다며 관련 리스크 단속에 자신감을 보였다. 

◇中지원 등에 업은 국유기업 무한신뢰 타격

최근 중국 채권시장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라면 중국 내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등급을 받은 국유 석유회사 융청메이뎬(永城煤電)그룹과 역시 국유기업인 화천자동차(華晨汽車)의 디폴트 소식을 꼽을 수 있다. 

융청메이뎬그룹은 지난 10일 오후 공시를 통해 10억위안(약 1700억원) 규모 단기채인 '20융메이SCP003'의 원리금 상환일이 10일이지만, 기간 내 상환하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식에 시장은 경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융청메이뎬는 디폴트를 선언하기 20일 전인 10월 20일 10억위안 규모의 3년 만기 채권 '20융메이MTN006'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이 회사가 3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현금과 현금 등가물 잔액이 328억위안에 달한다고 밝힌 게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다수의 융청메이뎬 채권 가격이 10위안 이하로 급락했다. 

융청메이뎬은 다행히 지난 13일 다시 공시를 통해 "20융메이SCP003 원리금 상환일이 지난 10일이었으나 자금 유동성 부족으로 날짜에 맞춰 상환하지 못했다"라면서 "하지만 13일 3238만5200위안의 고정수익상품 이자를 자금주에게 지불했고 원금도 현재 조달 중"이라고 밝혀 투자자들을 안정시켰다.

하지만 융청메인뎬의 '디폴트' 불길이 완전히 꺼졌다고 볼 수 없어 시장 불안감도 여전한 모습이다. 광파증권 통계에 따르면 최근 융청메이뎬의 미상환 채권은 총 24종, 잔액은 244억1000만위안이며 올해 11~12월과 내년에 상환해야할 자금이 각각 60억위안, 107억위안에 이른다. 융청메이뎬 디폴트 소식이 나온 다음날인 11일 중국청신국제신용평가사(중청신)는 융청메이뎬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BB'로 하향 조정했다. 

16일 저녁에는 화천자동차그룹이 공시를 통해 "화천자동차의 디폴트 금액이 이미 65억위안에 달하고 지불해야 할 이자만 1억4400만위안"이라면서 "자금 부족으로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채권 디폴트 선언에 따라 전체 생산과 경영활동에 막대한 타격을 줘 재무상황이 더욱 악화됐고 이에 부채를 상환할 방법 없어진 것.

며칠 앞서는 화천자동차 산하의 공급업자인 거즈자동차테크(格致汽車)가 랴오닝성 선양시 중급인민법원에 화천자동차그룹에 대한 중정(重整, 기업회생절차에 해당)을 신청하기도 했다. 거즈자동차는 "화천자동차가 만기 부채를 상환할 수 없고 모든 부채를 해결하기에 자산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화천자동차그룹은 랴오닝성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에 속한 핵심 국유기업이다. 산하에 홍콩, 상하이 증시에 모두 상장한 4개의 자회사를 두고 있다. 디폴트 위기를 맞은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익 감소로 BMW 합작사인 화천중국 등이 BMW 수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지난 16일에는 중국 대표 반도체 기업이자 칭화대가 지분 51%를 보유한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이 전날 만기가 도래한 13억위안 규모 채권 상환에 실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청신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16일까지 투자자와 만기 관련 합의를 보지 못했고 미상환 '17칭화유니그룹PPN005'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했다는 증명도 하지 못했다. 중청신은 이를 이유로 칭화유니그룹의 신용등급을 기존의 'AA'에서 'BBB'로 하향조정했다. 

중국 유명 국유기업들이 맞은 잇딴 채권 디폴트 사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들이 국유기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유기업들의 회사채 리스크를 낮게 평가하는 문제가 지금까지 만연했고 신용평가등급도 기업의 실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밍(張明) 중국사회과학원 국제투자연구실 주임은 "신용채 시장의 원리금 '무사 상환'의 구도가 깨지고 잠재적 신용 리스크가 충분히 부각된 상황으로 앞으로 신용등급이 보다 정확하게 디폴트 리스크를 반영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한 증권사 채권 연구원은 한 인터뷰에서 "석탄업계가 지난 몇 년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관련 기업이 높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방정부의 자금 지원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로디움그룹 관계자도 "융청메이뎬 등 중국 국유기업 디폴트 소식에 투자자들이 지방정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경기부양 등을 위해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인프라 건설 사업 지원의 배경에 지방정부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中채권시장 향방 촉각...中정부는 자신감 vs '투매' 우려도

디폴트 리스크가 터진 중국 채권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국 내부에서는 최근의 채권 디폴트가 시장 전체의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없으며 신용 리스크 확산 범위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가능성은 작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당국도 자신감을 보이며 시장 진정에 나섰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채 리스크 예방 상황은 양호하며 올해 누적 디폴트 비율이 회사채 기준 최저 수준이며 디폴트 처리 비율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부채 리스크와 디폴트 해결 등을 위해 △관리·감독 강화 △소통·협력 확대 △리스크 조기 식별 △조기 경보 △조기 처리가 가능한 리스크 예방 업무 체계 구축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AAA'급 신용채권 디폴트 소식으로 다수 투자자들이 채권 투매에 나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든 상황이다. 잇따른 디폴트 소식이 채권 시장의 자금조달 비용과 난도를 높이고 금융기관의 실물경제 지원역량을 약화할 수 있는 만큼 국유기업 상황을 살펴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신증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채권 디폴트가 발생한 기업 중 지방·중앙 국유기업은 56개로 2020년 전체 채권 디폴트의 41.18%를 차지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융청메이뎬의 단기채 상환 실패가 중국 회사채 시장 전체 디폴트 증가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받았던 중국 경제가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회사채 시장 내 리스크는 상당히 커진 상황으로 특히 내년 중국 국유기업 디폴트 건수가 소폭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경기회복 등을 위해 유동성을 주입하는 모습을 보였던 인민은행이 최근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데다 최근의 디폴트 소식이 국유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를 꺾어 이들 기업의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한 국유기업은 지방정부나 국가 지원을 받을 확률이 낮아 디폴트 리스크가 더욱 큰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공급 과잉 등을 막기 위해 '공급 측 개혁'을 대대적으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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